- 1500억 원대 건설자금 선지원 계약 종료…텍사스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시험대
미국 나스닥 상장사 페르미(Fermi)의 주가가 급락했다. 이 회사는 AI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를 결합한 개발 모델을 내세운 신생 기업이다.
텍사스에서 초대형 AI 전력·데이터센터 캠퍼스(Project Matador)를 추진하며 2025년 10월 상장 당시 ‘AI 인프라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최근 프로젝트의 첫 임차인이 최대 1억5000만 달러 규모의 건설비 선지원 계약을 종료하면서 주가가 급락했고, 사업 실행력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페르미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시를 통해 지난 11일(현지 시간) 첫 임차인으로부터 건설비 선지원 계약(AICA) 종료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해당 계약에 따른 자금이 실제로 집행된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시에는 임대 조건에 대한 협상은 계속 진행 중이며, 다른 잠재 임차인들과의 논의도 시작했다는 내용이 함께 담겼다.
앞서 양측이 체결했던 LOI(비구속 양해각서)의 독점 협상 기간은 지난 12월 9일 만료됐다.
이 소식이 전해진 직후 주가는 큰 폭으로 흔들렸다. 외신에 따르면 발표 당일 장중 주가가 40% 이상 급락했고, 이후에도 뚜렷한 반등 없이 변동성이 이어지고 있다.
16일 기준 주가는 장중 8~10달러대에서 등락하며 IPO 공모가였던 20달러 안팎을 크게 밑도는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일부 외신은 이를 “상장 이후 최악의 하루”로 표현했다.
외신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계약 변경이 아니라 대형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의 신뢰도 문제로 보고 있다.
임차인이 자금 약정을 철회한 배경으로 임대료나 전력 단가 등 가격(프라이싱) 협상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떄문으로 예픅된다.
외신들은 페르미가 아직 본격적인 매출을 창출하지 못한 초기 단계 기업이라는 점에서, 핵심 임차인의 자금 확약이 사라진 것이 투자자 신뢰에 결정적인 타격을 줬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특히 AICA 종료의 의미에 주목하고 있다. AICA는 단순한 투자나 임대 계약이 아니라, 프로젝트 착공을 가능하게 하는 선지원 자금이자 금융권 PF(프로젝트 파이낸싱)를 끌어들이기 위한 신뢰 담보 역할을 한다.
동시에 후속 임차인 유치를 위한 일종의 ‘시장 검증 장치’로도 작동한다. 이 안전핀이 빠지면 개발 일정과 자금조달 조건, 임대 협상력 전반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외신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번 사태는 미국 기업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시장에도 시사점을 던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에서도 AI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를 결합한 대형 프로젝트가 잇따라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페르미 사례는 앵커 임차인과 자금 확약이 없는 상태의 개발 구상은 시장에서 빠르게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내 기업들과의 연계 여부도 관심사다.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포함)은 페르미 측과 AP1000 원전 건설을 전제로 한 FEED(기본설계) 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FEED는 본 EPC 계약 이전 단계로, 이번 사안이 곧바로 매출 취소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프로젝트 일정이나 자금조달 구조가 바뀔 경우 후속 계약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두산에너빌리티 역시 에너지·원전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이 업계 보도를 통해 거론돼 왔지만, 구체적인 공급 물량이나 매출 인식 시점이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전력기기, ESS, 데이터센터 관련 국내 기업들에 대해서도 단기적으로는 심리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구조적인 전력 수요 증가 흐름 자체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AI 인프라=무조건 성장’이라는 단순한 서사에는 조정 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은 AICA 종료, 임대 협상 지속, 대체 임차인 논의 개시까지다. 그 이후의 방향성은 추가 공시와 실제 계약 체결 여부를 통해서만 확인될 수 있다.
페르미 사례는 AI 인프라 산업에서 아이디어와 청사진보다 확정된 임차인과 자금, 실행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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