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팬들이 팬심을 넘어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하고 나섰다.
전 세계 케이팝 팬들이 엔터테인먼트 산업 및 회사에 ‘탄소배출 제로 콘서트(K-POP ZERO EMISSION CONCERT)’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31일부터 영국 글라스고에서 각국 정상들이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진행하는 것을 계기로 시작된 온라인 캠페인이다.

‘탄소배출 제로 콘서트’ 캠페인은 2022년부터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친환경적인 콘서트를 개최할 것을 SM과 YG엔터테인먼트, 하이브와 같은 연예기획사에 원한다는 국제 청원으로 케이팝포플래닛(KPOP4PLANET)을 통해 진행 중이다. 케이팝포플래닛은 기후변화에 대해 토론하고 행동하는 케이팝팬들로 이뤄진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을 통해 케이팝팬들은 기후변화와 관련된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했으며 11월 2일까지 누적해 1만2천여 명의 팬들이 서명에 참여했다.
인도네시아의 케이팝 팬 누룰 사리파는 케이팝 팬덤의 주축이 기후 위기의 영향을 직접 받게 될 젊은 세대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아티스트들을 다시 직접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만큼, 기후위기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우려도 크다. 팬데믹 이후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콘서트를 여는 것이 지속가능한 케이팝 산업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캠페인에 동참하는 이유를 밝혔다. 팬들은 현재 한국 정부 및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보다 지속가능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도 케이팝 산업은 지난해 해외에서 1억7000만 달러, 한화로 약 200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방탄소년단(BTS)이나 블랙핑크 같은 그룹의 인기 덕분이다. 온라인 콘서트 또한 좋은 성과를 거뒀는데 포브스는 BTS가 온라인 콘서트 한 번으로 거의 2,000만 달러(230억 원)의 수익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음악산업의 영향력이 높아지는 만큼 소니뮤직 UK과 유니버셜뮤직 UK 등 메이저 레이블도 이미 지속가능성을 요구하고 있지만, 케이팝 엔터테인먼트 기업 가운데 ESG 정책이나 관행을 마련해 실천하는 곳은 없다. ESG는 `친환경(Environment), 사회적 경영(Social), 투명한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각 요소를 고려해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이자 경영철학이다.
SM, 하이브와 같은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아직 지속가능성에 관한 계획을 공개한 적이 없다. 케이팝포플래닛이 케이팝 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지속가능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위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주체로 기획사들을 지목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이원욱 위원장은 “COP26에 앞서 한국정부는 탄소중립을 선언 등 지구적인 기후 위기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도 앞다투어 ESG체제를 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인식 제고에 큰 영향력을 지닌 문화계의 노력 또한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팬들의 변화에 맞춰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도 등장했다. 아이유, 몬스타엑스 등의 아티스트가 소속돼 있고 한국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인 멜론 서비스를 운영하는 카카오M 엔터테인먼트의 조한규 부사장은 “전 세계 팬들과 협력해 지속가능한 케이팝 문화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팬덤이 직접 나선 대표적인 사례는 방탄소년단(BTS)의 팬의 대처다. 방탄소년단 앨범 사진 촬영지로 주목받은 삼척시 맹방해변이 화력발전소 건설로 훼손될 위기에 처하자 케이팝 팬이 나선 것.
지난 5월 방탄소년단은 디지털 싱글 ‘버터(Butter)’를 발매하며 앨범 사진을 동해안 맹방해변에서 촬영했다. ‘버터’는 빌보트 차트에서 10주 동안 1위를 차지했고, ‘24시간 내 최다 시청 유튜브 뮤직비디오’ 등 기네스북 기록 5개를 추가하는 등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다시 한번 증명한 곡이다.
‘버터’가 인기를 얻으며 방탄소년단의 팬들은 맹방해변을 찾았다. 맹방해변이 ‘BTS 성지’로 급부상하면서 삼척시는 커버 촬영으로 쓰인 소품을 그대로 재현해 포토존을 설치하고, 국내외 케이팝 팬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맹방해변의 방문객은 지난달 5위에서 2위로 껑충 튀어 올랐다.
하지만 맹방해변 인근에서는 포스코 자회사인 삼척블루파워가 삼척석탄화력발전소에서 사용할 석탄 운반을 위한 항만 공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케이팝 팬들의 새로운 명소가 된 맹방해변, 이른바 ‘버터 비치’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팬에게 전해졌다.
방파제 건설을 위한 공사에 착수하자마자 맹방해변 주변에서 침식까지 발생했다. 곶을 따라 2m에 육박하는 모래 절벽이 만들어지며 모래의 이동에 변화가 생겼고, 해변의 형태가 달라졌다.
이에 전 세계 케이팝 팬이 주도하는 기후 행동 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Kpop4planet)’과 전국 탈석탄 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가 함께 맹방해변의 훼손을 막기 위해 ‘세이브 버터 비치(Save Butter Beach)’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캠페인은 맹방해변의 보존을 위협하는 삼척석탄화력발전소의 건설 중단을 요구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캠페인을 진행한 케이팝포플래닛 이다연 활동가는 “방탄소년단의 팬덤인 아미(Army)가 ‘BTS 성지’로 여기며 소중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 방문하고 있는 맹방해변인데 벌써 해안침식이 진행되고 있어 안타깝다”며, “코로나 사태가 완화돼 해외여행이 가능해 진다면, 방탄소년단이 해외에서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맹방해변은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전할 수 있는 곳이다. 석탄화력발전소의 건설을 위해 소중한 가치를 지닌 맹방해변을 파괴한다고 하니 속상하다”고 말했다.
부산대학교 한국·동아시아연구소 서이지 조교수는 케이팝 산업이 코로나19에 민첩하게 대응했듯이 기후 위기에 대해서도 발 빠른 대응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친환경적인 경영이 향후 엔터테인먼트 사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높다고도 주장한다.
서 교수는 “적극적인 팬들의 존재가 없다면, 케이팝은 전 세계 음악 산업이 환경적 측면에서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전환해 가는 흐름에서 뒤처질 것이다. 한국인들이 케이팝에 큰 관심을 보이는 만큼, 만약 케이팝 업계가 친환경적 변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힌다면, 다른 산업 분야도 지속가능성을 위한 전환에 나설 동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지속가능한 케이팝 문화에 대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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