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석유·액화천연가스(LNG)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다. 결국 가계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세계 다른 국가들도 원가 변동을 전기 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연료비가 오르면 약간의 시차를 두고 전기 요금에 반영된다.
국내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역시 연료비 연동제를 따르고 있어 전기요금이 올랐어야 했지만 대통령선거와 물가 안정을 이유로 지난해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하지만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이미 올해 1분기까지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면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전개됐다.
한전은 1분기 5조7천억원대의 영업손실을 비롯해 올해 연간 17조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달 기준으로 한전이 발전사에 지급하는 전력도매단가(SMP)는 1년 전보다 2.6배로 치솟으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전은 막대한 적자로 재무 부담이 커짐에 따라 자산매각을 검토하는 등 비상체제를 가동했다.
업계에 따르면 한전의 올해 적자 규모는 약 17조4천723억원이다. 지난해 적자 규모인 5조8천601억원의 3배에 달한다. 오는 13일 발표할 올해 1분기 영업손실 규모만 5조7천289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결국 올해 한전의 천문학적인 적자는 공공요금인 전기요금 인상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전력거래소의 수치에 따르면 액화천연가스(LNG)와 국제유가 등 주요 발전원료의 가격 급등으로 한전이 발전사에 지급하는 SMP는 지난달 ㎾h(킬로와트시)당 202.11원으로 처음으로 200원 선을 돌파했다. 지난해 동월(76.35원)과 비교하면 164.7%나 급등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한전은 지난 3월 말 전기요금의 핵심 요소인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이 상향 조정돼 지난달 초부터 전기요금은 kWh당 6.9원만 인상됐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와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 연료비 조정요금, 기후환경요금 등으로 구성된다. 전력 구매 가격인 SMP가 1년 만에 2배 이상으로 올랐으나 전기요금 인상률이 소폭에 그치면서 한전은 경영난에 휩싸이게 됐다. 한전은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와 소비자에게 소매로 판매한다.
윤석열 정부는 한전이 독점하는 전력 판매 구조와 전기요금 체계를 수요·시장 원리 중심으로 손질하고 전기요금의 '원가주의' 원칙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도 지난 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전기요금 원가주의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맞는 방향"이라며 "원가 변동도 어느 정도 반영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운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물가가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전기요금마저 대폭 인상될 경우 서민의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정권 초부터 전기요금 인상이 가져올 민심의 향방때문에 정치권의 결정이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다.
한전은 여론의 눈치를 살피는 중이다. 막대한 적자 속에서 전기요금 인상만 기다릴 수 없다. 물가가 급등한 상황에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부정적인 여론을 염두한 듯 자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산 매각 등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늦장 대처다. 한전의 부실과 적자 상황은 이미 예상됐던 일이기 때문에 보다 실질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한전은 지난 9일 정승일 사장 주재로 전국 사업소장들과 회의를 열고 재무 개선을 위한 자구 노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한전은 이미 자금 마련을 위해 올해 들어 13조원이 넘는 채권을 발행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발행액인 11조7천억원을 웃도는 규모이다. 한전 관계자는 "이미 내부적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가동 중이고 예산 절감에도 나섰다"며 "경영 효율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전은 5월부터 발전 공기업에 전력거래 대금을 늦게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전력거래대금 결제일에 관한 규칙'도 개정해 대금지급이 어려울 경우 다음 차수로 지급을 한차례 미룰 수 있도록 했다. .
한전의 막대한 적자는 단기적으로 현금 유동성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이에 대금지급 유예를 통해 전력거래가 중지되는 초유의 사태는 막아야 한다는 게 한전의 입장이다.
전기요금 인상을 앞두고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을 염두한 한전의 행보에 아쉬운 점이 있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5년간 정규직 전환 인원이 가장 많은 공공기관이 바로 한전이다. 정규직 전환 규모만 해도 8천259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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