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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그룹, 성장인가 무리수인가

  • 김세민 기자
  • 입력 2025.10.13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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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벌떼입찰·PF 철회·송도 소송이 드러낸 ‘책임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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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열 호반그룹 회장과 장남 김대헌 사장 사진출처=연합뉴스

 

인천 송도의 호반써밋송도오피스텔에서 시작된 전기료 소송이 호반그룹의 책임 구조를 둘러싼 근본적 질문으로 번지고 있다. 입주민들은 “인근 단지보다 두 배 이상 전기료를 내고 있다”며 시공사인 호반건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회사는 “설계대로 시공했을 뿐 하자는 없다”고 맞섰다. 


시행사는 이미 청산돼 책임 주체가 사라졌다. 단순한 관리비 분쟁으로 보이지만, 이번 사건은 호반그룹이 리스크를 경계선 밖으로 밀어내는 특유의 경영 구조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비슷한 양상은 이미 여러 차례 반복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년 호반건설이 총수 2세가 소유한 계열사들에 공공택지를 몰아줬다며 60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서울고법은 일부 365억 원을 취소했지만, PF 보증과 공사 이관에 대한 위법성은 인정됐다. 현재 사건은 대법원 특별3부에서 본격 심리가 진행 중이다. 


또한 호반건설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으로 대체 시공사로 나섰던 부천 오정동 도시개발사업에서 PF 약정 체결 당일 돌연 철회를 통보해 채권단의 반발을 샀다. 채권단은 “이해할 수 없는 일방 파기”라며 비판했고, 호반은 “리스크 재평가 결과 수익성이 낮았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책임의 범위를 정교하게 조정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전략은 올해 9월 출범한 HB호반지주 체제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호반그룹은 건설·부동산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대한전선을 축으로 한 전력 인프라 및 신재생 중심 포트폴리오로 재편 중이다. 


장남 김대헌 사장은 호반건설, 차남 김민성 전무는 호반산업, 장녀 김윤혜 사장은 호반프라퍼티를 각각 맡으며 2세 경영 체제가 확립됐다. 재계에서는 이번 지주사 전환이 단순한 법적 절차가 아니라, 계열분리와 세대교체를 염두에 둔 구조 개편으로 본다.


하지만 지주사 출범 이후 호반건설의 행보는 한층 공격적이면서도 위험해졌다. 상반기에는 LS전선의 모회사 LS의 지분을 약 3~4% 확보하며 1,000억 원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호반은 “전력 산업 성장성에 대한 단순 투자”라고 밝혔지만, 3% 이상 지분 확보 시 회계장부 열람 등 소수주주권이 가능해 산업 내 정보 접근과 영향력 확대를 노린 전략적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어 NH투자증권·한국토지신탁과 함께 SK E&S(구 코원에너지서비스)의 강남 대치동 본사 부지 인수에도 나섰다. 토지 매입가만 5천억 원, 용도 변경 시 공공기여 부담이 1조 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부지가 자연녹지지역으로 묶여 있어 개발이 제한되며, “강남 입지라는 포장에 가려진 고위험 투자”라는 평가도 있다.


서울 광진구 자양5구역 재개발사업 역시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호반건설이 64.45%의 지분을 보유한 자양5구역PFV는 금리 상승으로 2024년 이자비용이 320억 원에 달했고, 473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차입금은 4,860억 원, 자본잠식은 1,442억 원에 달한다. 사업계획 변경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해 단기간 수익성 회복은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공세적 확장과 달리 실적은 둔화 조짐을 보인다. 2025년 시공능력평가에서 호반건설의 평가액은 3조9,209억 원으로 전년 대비 2.8% 감소했다. 공사실적과 기술능력 평가도 하락하며, 호반은 기존 공공택지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서울 도심 재건축·정비사업 시장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양천구 신월동과 관악구 미성동 등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참여하며 “벌떼입찰의 시대는 끝났다”는 이미지를 바꾸려는 행보다.


한편 호반의 LS 지분 확보가 대한전선과 LS전선 간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의혹과 맞물려 언급되는 보도도 있었다. 


일부 매체는 “호반의 지분 매입이 단순한 재무투자 이상의 의미일 수 있다”고 전했으나, 회사 측은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그룹 차원에서는 ‘호반혁신기술공모전’을 열어 스타트업 투자와 스마트시티·레저 등 비건설 신사업 진출도 시도 중이다.


그러나 시장은 여전히 신중하다. 공정위 소송과 부천 개발 철회, 송도 분쟁 등 기존 리스크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LS, 강남, 자양5구역 등 대형 투자가 겹치며 그룹의 재무 부담과 신뢰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호반건설은 지주사 체제로 자금 운용의 유연성을 확보했지만 지금은 확장보다 내실 검증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투자 리스크 관리가 향후 그룹 신뢰도의 핵심 변수”라고 지적했다.

호반그룹은 지금, 송도 오피스텔의 전기료 분쟁에서 시작된 책임 논란과 공정위의 법정 공방, 지주사 출범 이후의 고위험 투자, 그리고 시공능력 하락이라는 복합 위기 속에 서 있다. 확장을 향한 발걸음이 호반의 새로운 성장 신호탄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그 답은 이제 시장과 법정이 함께 내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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