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떼입찰·PF 철회·송도 소송이 드러낸 ‘책임의 역습’
인천 송도의 호반써밋송도오피스텔에서 시작된 전기료 소송이 호반그룹의 책임 구조를 둘러싼 근본적 질문으로 번지고 있다. 입주민들은 “인근 단지보다 두 배 이상 전기료를 내고 있다”며 시공사인 호반건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회사는 “설계대로 시공했을 뿐 하자는 없다”고 맞섰다.
시행사는 이미 청산돼 책임 주체가 사라졌다. 단순한 관리비 분쟁으로 보이지만, 이번 사건은 호반그룹이 리스크를 경계선 밖으로 밀어내는 특유의 경영 구조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비슷한 양상은 이미 여러 차례 반복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년 호반건설이 총수 2세가 소유한 계열사들에 공공택지를 몰아줬다며 60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서울고법은 일부 365억 원을 취소했지만, PF 보증과 공사 이관에 대한 위법성은 인정됐다. 현재 사건은 대법원 특별3부에서 본격 심리가 진행 중이다.
또한 호반건설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으로 대체 시공사로 나섰던 부천 오정동 도시개발사업에서 PF 약정 체결 당일 돌연 철회를 통보해 채권단의 반발을 샀다. 채권단은 “이해할 수 없는 일방 파기”라며 비판했고, 호반은 “리스크 재평가 결과 수익성이 낮았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책임의 범위를 정교하게 조정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전략은 올해 9월 출범한 HB호반지주 체제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호반그룹은 건설·부동산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대한전선을 축으로 한 전력 인프라 및 신재생 중심 포트폴리오로 재편 중이다.
장남 김대헌 사장은 호반건설, 차남 김민성 전무는 호반산업, 장녀 김윤혜 사장은 호반프라퍼티를 각각 맡으며 2세 경영 체제가 확립됐다. 재계에서는 이번 지주사 전환이 단순한 법적 절차가 아니라, 계열분리와 세대교체를 염두에 둔 구조 개편으로 본다.
하지만 지주사 출범 이후 호반건설의 행보는 한층 공격적이면서도 위험해졌다. 상반기에는 LS전선의 모회사 LS의 지분을 약 3~4% 확보하며 1,000억 원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호반은 “전력 산업 성장성에 대한 단순 투자”라고 밝혔지만, 3% 이상 지분 확보 시 회계장부 열람 등 소수주주권이 가능해 산업 내 정보 접근과 영향력 확대를 노린 전략적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어 NH투자증권·한국토지신탁과 함께 SK E&S(구 코원에너지서비스)의 강남 대치동 본사 부지 인수에도 나섰다. 토지 매입가만 5천억 원, 용도 변경 시 공공기여 부담이 1조 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부지가 자연녹지지역으로 묶여 있어 개발이 제한되며, “강남 입지라는 포장에 가려진 고위험 투자”라는 평가도 있다.
서울 광진구 자양5구역 재개발사업 역시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호반건설이 64.45%의 지분을 보유한 자양5구역PFV는 금리 상승으로 2024년 이자비용이 320억 원에 달했고, 473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차입금은 4,860억 원, 자본잠식은 1,442억 원에 달한다. 사업계획 변경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해 단기간 수익성 회복은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공세적 확장과 달리 실적은 둔화 조짐을 보인다. 2025년 시공능력평가에서 호반건설의 평가액은 3조9,209억 원으로 전년 대비 2.8% 감소했다. 공사실적과 기술능력 평가도 하락하며, 호반은 기존 공공택지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서울 도심 재건축·정비사업 시장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양천구 신월동과 관악구 미성동 등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참여하며 “벌떼입찰의 시대는 끝났다”는 이미지를 바꾸려는 행보다.
한편 호반의 LS 지분 확보가 대한전선과 LS전선 간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의혹과 맞물려 언급되는 보도도 있었다.
일부 매체는 “호반의 지분 매입이 단순한 재무투자 이상의 의미일 수 있다”고 전했으나, 회사 측은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그룹 차원에서는 ‘호반혁신기술공모전’을 열어 스타트업 투자와 스마트시티·레저 등 비건설 신사업 진출도 시도 중이다.
그러나 시장은 여전히 신중하다. 공정위 소송과 부천 개발 철회, 송도 분쟁 등 기존 리스크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LS, 강남, 자양5구역 등 대형 투자가 겹치며 그룹의 재무 부담과 신뢰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호반건설은 지주사 체제로 자금 운용의 유연성을 확보했지만 지금은 확장보다 내실 검증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투자 리스크 관리가 향후 그룹 신뢰도의 핵심 변수”라고 지적했다.
호반그룹은 지금, 송도 오피스텔의 전기료 분쟁에서 시작된 책임 논란과 공정위의 법정 공방, 지주사 출범 이후의 고위험 투자, 그리고 시공능력 하락이라는 복합 위기 속에 서 있다. 확장을 향한 발걸음이 호반의 새로운 성장 신호탄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그 답은 이제 시장과 법정이 함께 내리게 될 것이다.
BEST 뉴스
-
‘판타지오’82억 불복 속 … 남궁견의 수백억 베팅
차은우의 ‘200억 원대 세금 의혹’이 확산된 지 채 열흘도 안 돼 김선호까지 유사한 논란에 휩싸이면서, 두 배우가 몸담았던 판타지오는 ‘아티스트 리스크’와 ‘세무 리스크’가 한꺼번에 몰려든 형국이 됐다. 이미지 출처=판타지오 누리집 김선호 건은 “가족 법인을 ... -
남궁견의 판타지오, 세무 추징 속 드러난 아이러니
차은우 관련 논란은 판타지오가 과거 부가가치세 환급과 관련해 82억원 규모의 세금을 다시 납부하라는 처분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회사는 해당 추징 처분에 대해 과세적부심(과세전적부심사)을 청구했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판타지오 사옥 출처=SNS ... -
[단독] 승무원 스타벅스 “민폐 논란”의 진실은?
광화문 일대 스타벅스 매장을 둘러싼 ‘승무원 민폐 논란’이 거세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위한 AI 생성 이미지입니다 대형 가방과 서류가 매장 곳곳에 놓인 사진과 영상이 확산되자, 기사 제목과 댓글에는 곧바로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직원 민폐’라는 표현이 따... -
[단독] 육군훈련소, 카투사 훈련병 특혜 논란...성폭력 혐의자 경징계 논란
육군훈련소에서 유명 기업인의 자녀가 훈련병 신분으로 성폭력 혐의에 연루됐다. 육군훈련소는 이와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도 상대적으로 가벼운 징계에 그쳐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카투사 공개 선발 현장 사진=연합뉴스 3일 위메이크뉴스가 군 안팎을 종합... -
[단독] 성폭력 피해자는 2기수 유급 vs. 성폭력 가해자는 1기수 유급
육군훈련소 입영식 사진=연합뉴스 육군훈련소가 ‘기업인 자녀 봐주기’ 논란에 휘말린 가운데, 성폭력 사태를 둘러싼 가해자와 피해자의 징계 수준이 적절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통상 징계가 더 강력한 성폭력 가해 혐의자보다, 커닝 등에 연루된 훈련병에게 보다 가혹한 ... -
[단독] 초3 일기장에 ‘죽음’…거창 사건, 무엇이 아이를 벼랑 끝으로 몰았나
온라인 커뮤니티 올라온 한 초등학생 아버지의 글이 수천 건의 추천과 댓글을 받으며 확산되고 있다. 국민동의청원으로까지 이어진 이번 사안은 단순한 학교폭력 논란을 넘어, 학교·교육청·경찰 대응의 적절성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로 번지는 양상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