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16일 최태원 SK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을 파기환송하며 “노태우 비자금 300억 원은 재산분할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법은 불법 자금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여전히 그 돈의 행방은 풀리지 않았다.
1995년 검찰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조성한 비자금을 4,626억 원으로 특정했다. 이 중 약 2,800억 원은 환수되었으나, 1,800억 원은 여전히 추적되지 않았다. 이후 일부 자금이 가족 명의의 부동산이나 재단, 공익법인 형태로 전환되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 이사장이 운영하는 동아시아문화센터는 그 중심에 있다.
김옥숙 여사가 경제활동이 전혀 없었음에도 147억 원을 출연해 청운동·사직동 부동산을 매입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국세청은 재단을 공익법인 검증 대상으로 지정해 자금 흐름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임광현 국세청장은 ‘노태우 비자금’ 과세 여부에 대해 “대법원 판결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적의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판결문이 입수되는 대로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리겠다”며, 정치권의 요구와 별개로 법과 원칙에 따른 과세 판단을 하겠다고 했다.
또한 일부 의원들이 “노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이 이재명 정부의 첫 주중대사로 임명된 이후 탈세 조사가 느슨해지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임 청장은 “탈세가 있으면 엄정하게 집행하겠다. 외교직과는 무관하게 처리된다”고 선을 그었다.
대법원 판결 직후 정치권에서는 다시 법 제도 논의가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비자금은 불법이자 권력형 재산으로, 국고로 환수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몰수법” 재발의를 예고했다. 법조계 역시 범죄자의 사망이나 공소시효 만료 이후에도 불법 재산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독립몰수제와 불법재산 사후환수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남은 질문은 단 하나다. 사라진 1,800억 원,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된 자산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동아시아문화센터의 출연금, 청운동·사직동 부동산, 미공개 예금 계좌와 가족 재단의 순환기부 구조는 여전히 실체적 규명 없이 남아 있다.
법은 그 돈을 보호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사라지게 만들지도 않았다.
노태우 비자금은 한국 사회의 권력과 자산이 교차한 지점의 상징이며, 이번 대법 판결은 그 실체를 부정하기보다 오히려 다시 묻고 있다.
“불법으로 조성된 돈이, 지금 누구의 재산으로 남아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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