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진료수가 심사에서 자생한방병원에만 유독 낮은 삭감률이 적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한방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관련 수치가 공개되자 여권 일각에서는 심사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특정 병원에 유리한 심사를 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국회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30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심평원을 상대로 “자생한방병원의 약침, 첩약 관련 심사와 조정 과정에서 명백한 편파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손해보험협회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자동차보험에서 약침술 처방 기준을 초과해 청구된 건수는 총 6만 2747건에 달했다. 이 중 자생한방병원이 청구한 건수는 약 1만 3629건으로 전체의 21.7%에 이르지만, 실제 삭감된 건수는 고작 268건(약 2%)이었다. 반면 다른 의료기관들의 초과 청구 4만 9117건 중에서는 3만 492건이 조정돼 조정률이 62.1%에 달했다.
첩약 처방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반복됐다. 자생한방병원이 기준을 초과해 청구한 첩약 건수는 총 11만 1293건 중 5만 5435건으로 절반에 육박했으나, 이 중 삭감된 건수는 556건(1%)에 불과했다. 다른 의료기관의 조정률 4.3%에 비해 4배 이상 낮은 수치다.
이 의원은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역시 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준조세적 제도”라며 “특정 의료기관에만 조정률이 현저히 낮다면 명백한 제도 불공정이자 특혜 의혹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제도 마련부터 적용, 심사에 이르기까지 자생한방병원에 대한 특혜 여부를 감사원이 직접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강중구 심평원장은 “보도된 795억 원은 수기료 등 부대 항목을 포함한 금액으로 과장됐으며, 약침액만 기준으로 하면 약 98억 원 수준”이라고 해명하며 특정 병원에 유리한 심사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통계 문제를 넘어 과거 윤석열 정부 시절의 인맥과 정책 유착 의혹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자생한방병원 설립자인 신준식 이사장의 차녀가 당시 대통령실 이원모 비서관의 배우자였다는 점,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친분설 등이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개혁신당은 “자동차보험 약침 수가와 첩약 급여 확대 정책이 전 정부 시절 자생에 집중적으로 유리하게 설계됐다”며 ‘권력형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2024년 국토교통부 고시로 ‘무균·멸균 약침액’만 자동차보험 수가로 인정되면서 자생 측이 운영하는 원외탕전실이 해당 인증기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이 고시로 약침액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자생한방병원이 자동차보험 진료비의 상당 부분을 점유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해보험업계는 이번 논란이 자동차보험 한방 진료비 급증 문제와 맞물리며 보험료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자동차보험 한방 진료비는 최근 5년간 2배가량 늘어 약 1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일부 보험사 관계자는 “과잉진료 및 청구 편차가 계속되면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심평원과 복지부의 투명한 자료 공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주민 위원장은 “의혹이 있다면 해소가 마땅하다”며 “위원회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논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병원 청구 문제가 아니라 공공보험 재정의 투명성과 행정기관의 공정성, 의료계와 권력 간 관계 구조를 함께 드러내고 있다. 현 정부의 감사원 감사 청구 및 제도 개선 여부에 따라 한방의료와 자동차보험 체계 전반의 신뢰가 좌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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