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킹·내부통제 실패에도 책임은 비켜간 회장 선임 구조
- 절차는 불투명, 검증은 형식적이라는 비판 확산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 내부의 폐쇄적 권력 구조를 ‘부패한 이너서클’로 규정하며 강도 높은 경고를 던진 이후, 연말 회장 선임 절차가 진행 중인 우리금융지주가 금융권 안팎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
대통령은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관치금융을 하지 않으려고 놔뒀더니, 내부에 소수가 돌아가며 10년, 20년씩 지배권을 행사하는 이너서클이 생겼다”고 직격하며, 금융지주 지배구조 전반을 정조준했다.
이 발언은 원론적 비판이 아니라, 실제 감독과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치적 신호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관료 출신인 임종룡 회장이 이끄는 우리금융의 회장 연임 국면과 맞물리며 현실적 쟁점으로 부상했다.
우리금융은 연내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차기 회장 최종 후보를 확정할 계획으로 알려졌고, 시장에서는 현직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유력하게 점쳐왔다.
그러나 대통령의 ‘이너서클’ 발언 이후 분위기는 달라졌다. 연임 자체보다도, 그 연임이 어떤 구조와 절차 속에서 만들어지느냐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비판의 초점은 단순히 특정 인물의 적합성에 있지 않다. 문제는 회장 연임이 반복적으로 가능해지는 구조, 즉 이사회와 임추위가 과연 독립적이고 실질적인 견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연임이 문제가 아니라, 연임을 둘러싼 검증 과정이 시장과 주주, 이해관계자들에게 얼마나 투명하게 설명되느냐가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사외이사 중심의 임추위가 형식적 절차에 그칠 경우, ‘셀프 연임’ 논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위메이크뉴스는 앞서 우리은행 해킹·보안 취약, 내부통제 실패, 책임 부재를 보도했다.
금융감독원 검사에서 우리은행의 전산망 외부 접속 허용, 망분리 원칙 붕괴, 외부 IT 협력업체의 무단 시스템 접근 등 중대한 보안 취약점이 적발됐다.
금융회사에서 가장 기본적인 통제 장치가 무너졌다는 점에서 사안의 무게는 컸다. 그러나 제재는 과태료 수준에 그쳤고, 경영진이나 지주 차원의 책임 규명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이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해외법인과 내부 조직에서 대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해 은행권 전체 사고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시기가 있었지만, 문제는 다시 현장과 실무선에서 봉합됐다.
사고는 반복됐지만 구조는 유지됐다. 위메이크뉴스는 이를 두고 “문제가 발생해도 최고 의사결정 라인으로 책임이 연결되지 않는 면책 구조”라고 지적해 왔다.
이 같은 문제 제기는 내부에서도 감지된다. 우리은행 노동조합은 최근 회장 인선과 관련해 조직 안정과 공정성을 강조하며, 정치적·외부적 논란을 차단할 수 있는 투명한 절차를 요구했다.
노조가 공개적으로 절차적 정당성을 언급한 것은, 인선 과정 자체가 또 다른 리스크로 번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단순한 노사 이슈를 넘어, 지배구조 신뢰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감독당국의 시선도 이전과 다르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회장 승계 과정에서 이사회 독립성과 내부통제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자회사에서 발생하는 금융사고에 대해서도 지주 회장의 책임을 묻는 방향의 논의가 확산되면서, 회장직은 더 이상 ‘관리형 자리’가 아니라 그룹 전반의 리스크를 짊어지는 자리라는 인식이 강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임 여부는 곧 책임의 연장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부패한 이너서클’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문제를 제기한 이상, 과거처럼 관행과 내부 합의에 기대 조용히 넘어가기는 어려운 국면이다.
해킹과 내부통제 실패가 반복돼도 책임이 연결되지 않는 구조, 그리고 그 위에서 자연스럽게 연임이 가능해지는 지배구조의 한계가 동시에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대통령이 “부패한 이너서클”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문제를 공론화한 이상, 우리금융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 과정과 기준을 시장과 국민 앞에 설명하지 못한다면, 이번 인사는 금융개혁의 상징적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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