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계 판매사’라지만 서버비 청구, 계약금 몰취·A/S 책임 전가 지적 잇따라
무인카페 창업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제보자에 따르면 그는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서 무인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불과 도보 1~2분 거리의 아파트 커뮤니티센터에 동일 브랜드의 무인커피 머신이 설치돼 저렴한 가격으로 커피를 판매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설치 하루 전날 본사로부터 통보받았다.
A씨는 “홈페이지엔 ‘창업을 손쉽게, 저비용으로, 매출 극대화’라고 홍보하더니, 실제로는 같은 단지에 같은 기계를 들여놓고 상의 한 번 없이 전날 통보가 전부였다”며 “이건 사실상 망하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기기는 무인카페 브랜드 메일빈의 머신이다. A씨의 매장과 커뮤니티센터는 도보 1~2분 거리. 커뮤니티센터는 임대료·인건비·관리비·세금 부담이 거의 없는 구조여서, 상가에서 정상 비용을 부담하는 매장과의 경쟁은 시작부터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이미 매장 임대 계약을 체결하고 인테리어 비용을 들여 영업 중이었다.
그는 “가게 계약부터 인테리어, 장비 세팅까지 이미 큰 비용을 감당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같은 단지에 동일 브랜드를 또 설치하면 투자 회수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걸 본사가 모를 리 없다”고 했다.
설치 통보를 받은 직후 A씨는 본사에 연락해 동일 단지 내 기존 매장 존재, 커뮤니티센터 저가 판매로 인한 직접적인 매출 피해 가능성을 설명하며 설치 중단이나 조정, 혹은 보상 방안을 요청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커뮤니티센터 설치는 막을 수 없다”는 취지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메일빈 운영사인 주식회사 휴니크는 본지측에 “해당 커뮤니티센터 설치는 당사의 영업이 아니라, 입주민들이 여러 제조사를 비교한 뒤 투표를 통해 먼저 구매를 결정하고 문의해 온 사례”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당사는 프랜차이즈 가맹 본사가 아닌 기기 제조·판매사로서 소비자의 정당한 구매 요청을 거절할 수 없다”며 “법적 의무는 없지만 기존 점주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일부 상생 방안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본지가 입수한 계약서를 분석한 결과, 논란은 상권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계약서 제6조(교환·반품 및 환불)에는 14일내 청약철회는 가능하다고 하면서도 계약금은 반환되지 않는 구조가 명시돼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사실상 ‘손해배상 예정’ 또는 ‘위약벌’ 성격으로 볼 수 있으며, 실제 손해와 무관하게 계약금 전액을 몰취하는 조항은 약관법상 불공정 조항으로 무효 또는 감액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계약서 제5조 2항에는 기계 고장 발생 시 초기 점검 책임을 구매자(점주)에게 두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제보자는 “오픈 한 달 만에 머신 고장이 다섯 차례나 발생했고, 결국 기계 교체까지 갔다”며 “첫 매장 이미지가 가장 중요한 시점에 모든 리스크를 점주가 떠안았다”고 말했다.
여기에 매달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서버 이용료까지 점주 부담으로 명시돼 있어, 초기 투자 이후에도 지속적인 비용 구조가 형성되는 점도 확인됐다.
해당 사안이 알려지자 자영업자 커뮤니티와 SNS 에서는 “서버비를 매달 받으면서 책임은 없다고 하는 구조가 납득하기 어렵다”, “저비용 창업이라는 홍보와 달리 리스크는 모두 점주 몫”이라는 반응이 잇따랐다.
일부 예비 창업자들은 “계약서를 꼼꼼히 보지 않으면 같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법적으로 문제 없다는 말로 상도의와 동반성장 책임을 회피해선 안 된다”, “대형 프랜차이즈였다면 이런 결정을 했겠느냐”며 비판했다.
특히 “무인 빨래방에 세탁기 납품하는 것과 무인커피머신은 다르다”며, 커피머신의 경우 머신·원두·파우더 자체가 곧 상품이어서 동일 단지 내 동일 브랜드 납품은 설비 판매를 넘어 직접 경쟁 구조를 만드는 행위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특정 기업과 점주의 갈등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무인카페 시장 전반의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표준 계약서, 계약금 몰취 관행, A/S 책임 전가, 상권 보호 부재가 결합될 경우 소상공인이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청약철회를 인정하면서 계약금 전액을 몰취하는 구조는 형식적 권리만 부여하고 실질적 선택권을 박탈하는 전형적인 불공정 약관 유형”이라며 “기성품에 가까운 무인머신 거래라면 법적 다툼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제보자는 “이미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이 됐지만, 개인 보상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런 구조가 반복되지 않도록 공론화하고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홍보만 믿고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실제 계약 구조와 리스크를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무인화·자동화가 소상공인의 대안으로 떠오른 시대, 기술과 효율의 이름 아래 책임은 누구에게 돌아가야 하는지 묻는 질문이 남는다.
이번 논란은 ‘법적으로 문제 없느냐’의 차원을 넘어, 무인 창업 생태계 전반의 공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다시 묻게 하고 있다.
본지는 이번 사안효율과 무인화의 이름 아래 창업 리스크가 누구에게 전가되고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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