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3년 담합 144건 1조3,029억 부과…98건 2,583억 감면
- 과세정보 230건 중 조사 1건·상조 피해보상금 213억 미수령
감사원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대한 정기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자진신고 감면제도, 과징금 산정·공표 절차, 과세정보 활용, 소비자 피해보상 감독 등 총 10건에 대해 개선을 요구했다. 징계요구 1건, 주의요구 2건, 통보 7건이 이뤄졌다.
감사 결과에서 확인된 수치들은 개별 사안이 아니라 반복적 패턴을 보여준다. 감면 비율, 과징금 산정 격차, 집행 자료 활용 수준, 소비자 보상 미수령 규모까지 제재 체계 전반의 작동 방식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최근 3년(2022~2024년) 동안 공정위는 부당 공동행위 144건에 대해 1조3,029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98건, 약 68%에 자진신고 감면이 적용됐고 감면 규모는 2,583억 원에 달했다.
특히 5년 이내 부당 공동행위를 반복한 사건 22건 가운데 일부에서 법인 분할이나 신설 등을 이유로 공동감면이 인정돼 546억 원이 감면된 사례가 확인됐다. 감사 결과에는 실질적 지배관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도 감면이 인정된 경우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리니언시 제도는 담합을 내부에서 붕괴시키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반복 위반 사건에서도 감면이 가능하고, 법인 구조 변경 이후 공동감면이 인정되는 구조라면 재범 억지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징금 산정 구조에서도 반복적 격차가 확인됐다. 20202024년 조사대상 87건 중 75건(86%)에서 심사보고서 기준 과징금이 최종 부과액보다 1.92.8배 높게 산정됐다.
심사보고서 기준 산정액은 8,543억 원에서 2조6,349억 원 수준이었으나, 최종 부과액은 4,454억 원이었다.
특정 담합 사건에서는 3조4천억~5조5천억 원이 산정·통보된 뒤 최종 의결에서 964억 원으로 확정되기도 했다.
감사원은 관련 매출액 과다 추정과 차감 항목 미반영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초기 산정과 최종 확정 사이의 격차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구조는 산정 기준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 점검이 필요하다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과징금은 행정 제재지만 기업 경영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특히 심사보고서 단계에서 산정액이 공개되는 구조를 고려하면, 초기 산정 방식이 사실상 제재 이상의 압박 효과를 낼 가능성에 대한 검토도 요구된다.
집행 구조에서도 공백이 드러났다. 공정위는 최근 2년간 국세청으로부터 230건의 과세정보를 제공받았지만 실제 조사에 착수한 사례는 1건에 그쳤다. 활용률로 환산하면 약 0.4%다.
과세정보는 내부거래, 특수관계인 지원 등 불공정행위 단서를 포함할 수 있는 자료다. 자료 확보와 사건화 사이의 간극은 집행 체계의 실질적 작동 여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대규모기업집단 지정자료 허위 제출과 관련해서도 최근 3년간 31건 중 29건이 단순 경고에 그쳤다. 일부 기업집단에서는 10년 이후 최대 6차례까지 의무 위반이 반복된 사례도 있었다.
소비자 보호 영역에서도 제도와 실제 집행 사이의 간극이 확인됐다. 2025년 기준 선불식 상조상품 가입자는 934만 명, 선수금은 10조2천억 원이다. 피해보상 보전금은 5조2천억 원(은행 2.8조 원, 공제조합 2.4조 원)이다.
그러나 사고 발생 12개 업체와 관련해 공제조합이 지급해야 할 피해보상금 중 66억 원(16,162명)이 청구기한 도과로 미지급됐다. 전체 미수령 피해보상금은 213억 원, 미수령 인원은 38,311명이다. 은행 예치형 상품에서도 최근 5년간 21억 원(3,526명)이 미지급 상태로 남아 있었다.
이번 감사에서 확인된 수치들은 공정위가 제재 권한을 행사하고 있음에도 그 권한이 시장에 충분한 억지 효과로 연결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점검이 필요하다는 신호로 읽힌다. 제재의 존재와 제재의 효과는 다를 수 있으며, 반복적으로 드러난 패턴이 어떻게 보완될지에 따라 공정위 제재 체계의 신뢰도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감사 지적 사항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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