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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은 커졌는데 “사업성 계산은 어렵다”

  • 김세민 기자
  • 입력 2025.12.17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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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문규 석유공사 본부장 답변이 드러낸 재무 현실과의 괴리
한국석유공사의 재무 손실이 올해 들어 더욱 확대된 가운데, 17일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에서 나온 석유공사 측의 답변은 현재 재무 현실과 뚜렷한 괴리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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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질의에 답변한 최문규 한국석유공사 기획재무본부장(부사장)이 동해 심해 유전 개발 사업과 관련해 “정확한 사업성 계산은 어렵다”는 취지로 밝힌 대목은, 재무 책임자의 인식 자체가 위기 상황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날 대통령은 동해 심해 유전, 이른바 ‘대왕고래’ 사업과 관련해 “배럴당 생산 비용이 얼마인지, 현재 국제유가 기준에서 경제성이 있는지 계산해 본 적이 있느냐”고 직접 물었다. 
 
이는 공기업이 수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검토하면서 최소한의 재무 검증을 거쳤는지를 확인하는 질문이었다. 그러나 최문규 본부장은 유가 변동성, 시추 성공 확률, 개발·운영 비용 등 변수가 많다는 점을 이유로 명확한 사업성 산출 자료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했다. 

대통령은 즉각 “사업성도 계산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규모 투자를 검토해 온 것이냐”고 되물으며 문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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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 카펠라호가 경북 포항시 앞바다에 위치한 대왕고래 유망구조에서 탐사 시추 작업을 지난해 12월 30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답변이 논란을 키운 이유는, 석유공사의 재무 상황이 이미 매우 취약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석유공사는 현재 자산 약 20조 원, 부채 21조 원 안팎으로 사실상 자본잠식에 근접해 있으며, 올해 들어 손실 규모는 오히려 더 확대됐다. 
 
이는 단순한 유가 하락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누적돼 온 손실이 올해 들어 회계상 한꺼번에 드러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과거 해외 자원개발 사업과 관련된 추가 손상차손 인식이 올해 손실 확대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생산 지연과 수익성 악화, 정치·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진 해외 광구 자산에 대해 그동안 미뤄왔던 자산 가치 하락이 반영되면서, 장부상 손실이 크게 늘었다. 
 
여기에 누적 부채에 따른 이자 비용 증가도 손실을 키웠다. 글로벌 금리 상승 국면에서 차입 규모가 큰 석유공사는 영업 성과와 무관하게 금융비용 부담이 급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존 생산 중인 일부 해외 사업의 실적 부진도 겹쳤다. 생산량 감소와 운영비 증가로 현금 흐름이 악화되면서, “벌어들이는 돈은 줄고, 이자는 늘고, 자산 가치는 떨어지는” 삼중 부담이 올해 재무제표에 그대로 반영됐다. 
 
즉, 올해 손실 확대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과거의 잘못된 투자 판단과 검증 부재가 축적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사업성 계산이 어렵다”는 답변은 더욱 설득력을 잃는다. 재무 상태가 건전하다면 불확실성을 이유로 탐색적 접근을 설명할 여지도 있지만, 이미 손실이 확대되고 부채 부담이 임계 수준에 근접한 공기업이라면 신규 대형 사업일수록 더욱 보수적이고 정밀한 수치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문규 본부장은 공사의 재무 전략과 투자 타당성 검토를 총괄하는 기획재무본부장이라는 점에서, 이날 발언은 개인 의견이 아닌 조직의 공식 인식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번 장면이 과거 해외 자원개발 실패 당시와 구조적으로 닮아 있다고 지적한다. 당시에도 “장기적으로는 수익성이 있다”, “유가가 회복되면 문제없다”는 설명이 반복됐지만, 결과는 수조 원대 손실과 부채 누적이었다. 
 
올해 손실이 다시 확대된 상황에서, 숫자에 근거하지 않은 낙관적 설명이 반복된다면 같은 결과를 되풀이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업무보고에서 드러난 핵심은 동해 심해 유전 사업의 성패 그 자체보다, 석유공사가 여전히 실패를 낳았던 의사결정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손실은 이미 재무제표라는 숫자로 드러났지만, 신규 사업 판단은 여전히 ‘변수’와 ‘가능성’이라는 추상적 언어에 머물러 있다.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사업성 계산을 해봤느냐”고 직접 물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기업의 투자 실패는 결국 국민 부담으로 귀결된다. 

올해 손실이 왜 늘어났는지에 대한 냉정한 자기 평가 없이, 또다시 대형 사업을 추진한다면 석유공사는 과거 자원개발 실패의 악순환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동해 심해 유전 개발 논의는 이제 매장 가능성이 아니라, 숫자로 검증된 손익 구조와 책임 있는 재무 판단부터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할 단계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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