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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퓨리’의 환상과 네타냐후의 장기판

  • 박상현 기자
  • 입력 2026.03.11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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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는 미국이라는 거대한 망치를 빌려 남의 집 담장을 부쉈고, 그 파편은 전 세계가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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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왼쪽) 이스라엘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 사진=게티이미지, AFP=연합뉴스

 

2026년 3월, 중동의 지평선이 다시 불타오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 이스라엘의 공동 군사 작전인 ‘에픽 퓨리(Operation Epic Fury)’가 시작된 지 보름여.

 

하메네이는 제거되었고 이란의 핵심 시설은 잿더미가 되었다.

 

백악관은 이를 두고 "자유를 향한 역사적 승리"라 자축하지만, 정작 전 세계는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하는 유가와 공급망 붕괴라는 참혹한 ‘파편’을 맞고 있다.

 

이 거대한 도박의 판을 짠 이는 누구인가.


성공의 저주, 베네수엘라의 독이 든 성배


트럼프가 이토록 무모하게 전쟁 판을 벌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난 1월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을 전격 축출했던 경험이 ‘독’이 되었다.

 

당시 미군의 희생 없이 정밀 타격만으로 상황을 종료시켰던 기억은 트럼프에게 이란 역시 지도부만 제거하면 스스로 붕괴할 것이라는 위험한 확신을 주었을 것이다.

 

"베네수엘라도 단번에 끝냈는데, 이란이라고 못 할 것 있나?"라는 단순화된 논리 아니었을까?

 

트럼프의 '마두로 시즌2 환상'에 불을 지핀 것은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였다.

 

지난 2월 11일, 백악관에서 3시간 넘게 진행된 비공개 회담은 사실상 이번 전쟁의 조인식이었다고 미국의 모든 언론이 입을 모은다.

 

가자 지구 전쟁으로 인한 민간인 학살 논란과 자신의 사법 리스크로 사면초가에 몰려 있던 네타냐후에게는 ‘판을 키우는 것’만이 유일한 생존 전략이었다.

 

그는 이란의 핵 위협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며 정교하게 가공된 정보를 트럼프에게 제공했고, 미국이라는 거대한 망치를 빌려 자신의 정원을 가로막던 최대의 담장 ‘이란’을 타격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복잡한 종교적 결속력과 혁명수비대(IRGC)라는 거대 카르텔을 지닌 이란의 실체를 정말 몰랐던 것 같다.

 

해방의 환호와 내전의 서막 사이


물론 반비판론자들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하메네이는 수십 년간 신권 통치라는 이름 아래 인민의 자유를 억압해온 독재자였다.

 

실제로 하메네이 사살 소식이 전해진 직후 테헤란 거리에서 시민들이 몰래 환호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본질이 있다.

 

옆집 가장이 폭력적이라 해서 그 가장을 죽일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지 않은가?

 

폭력가장은 지탄받고 교정되어야 할 문제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옆집 사람이 담장을 넘어 들어가 생명을 빼앗는 행위를 정당화할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그것은 정의가 아니라 ‘사적 제재’이며 국제 사회에서는 이를 ‘주권 침해’라 부른다.


정밀 타격 이라는 수사가 무색하게 희생된 초등학교 여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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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월 28일 소셜 미디어로 공개된 이란 남부 미나브 소재 여자초등학교 '샤자라 타이이바 초등학교'의 폭격 후 모습. [제3자 제공 사진.연합뉴스]

 

트럼프가 "이란 국민이여, 자유를 챙겨라"라고 외치던 그 시각, 이란의 평범한 가정들은 국가의 해방이 아닌 자녀의 시신을 마주해야 했다.

 

지난 2월 28일, 이란 남부 미나브 지역의 ‘샤자레 테예베(Shajareh Tayyebeh)’ 여자 초등학교가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이 사고로 수업 중이던 어린 여학생들을 포함해 무려 175명의 무고한 생명이 차가운 콘크리트 더미 아래 묻히는 참극이 발생 했다.

 

한 마을의 여자아이들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 이 오폭은 네타냐후가 부순 바위의 파편 중 가장 날카롭고 비극적인 조각으로 남을 것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베르나르 앙리 레비가 일갈했듯, 이번 작전은 "도덕적 명분도, 사후 대책도 없는 제국주의적 몽유병"에 가깝다.

 

그 파편은 한반도까지 날아와 50년 만의 ‘석유가격 상한제’ 검토라는 낯선 현실을 우리에게 강요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한 노회한 정치인의 생존 전략과 한 사업가 출신 대통령의 오판이 결합해 빚어낸 ‘에픽 퓨리’라는 거대한 비용을 전 지구적으로 지불하고 있는 중이다.

 

마치 헐리우드의 영화제목 같은 '장대한 분노'는 전 지구인들이 뿜어 내는 중 이다.


이제는 우리가 들려주어야 할 ‘바흐의 위로’


비극이 휩쓸고 간 폐허 위로 우리는 어떤 위로를 건넬 수 있을까.

 

2012년 미국의 코네티컷의 Sandy Hook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끔찍한 총기 난사 사고 당시, 희생된 26명의 아이들을 추모하며 울려 퍼졌던 곡이 있다. (연주자 Valentina Lisitsa)

 

바흐가 쓰고 부조니가 피아노로 편곡한 코랄 프렐류드, ‘주여, 내가 당신을 부르나이다(Ich ruf' zu dir, Herr Jesu Christ)’이다.

 

낮게 깔리는 베이스 위로 애절하게 흐르는 선율은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슬픔 속에서도 끝내 잃지 않으려는 구원의 손길을 상징한다.

 

미국의 아이들을 위해 연주되었던 이 ‘바흐의 위로’가, 이제는 미국의 오판으로 원인도 모른 채 죽어간 이란의 175명 초등학생들에게 전해져야 할 때다.

 

네타냐후가 휘두른 망치에 부서진 것은 이란의 정권만이 아니다.

 

그 무모한 망치질은 인류 보편의 양심과 아이들의 미래까지 산산조각 냈다.

 

그 파편에 맞은 전 세계가 고통 받고 있는 지금, 미국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속죄는 더 이상의 폭력을 멈추라고 외치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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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호준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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