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치’가 중국의 절임 음식인 ‘포채(泡菜, 중국어 발음: 파오차이)’로 번역되어 논란이 되고 있다. 2020년 11월 이후 일부 중국 누리꾼이 "김치는 중국의 파오차이를 한국이 훔쳐 이름만 바꾼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김치와 파오차이 논란은 시작됐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김치가 파오차이와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치는 2001년 코덱스(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서 세계 규격으로 채택됐고 배추에 고춧가루, 마늘, 생강, 파 등으로 만든 양념으로 버무려 발효시킨 제품이라고 명시했다. 반면 파오차이는 20년이 지난 지난해 국제표준화기구에 채택됐고 배추류나 겨자줄기, 롱빈(줄콩), 고추, 당근 등을 소금에 절인 채소라고 명명했다. ISO/FDIS 24220 문서에서도 파오차이는 김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됐다. 즉 파오차이는 김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커지고 한국어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우리 고유의 지명이나 음식명을 외국어로 표기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문체부는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 개정안을 7월 22일부터 시행했다.
특히 개정 훈령에서는 기존 훈령에서 ‘김치’의 중국어 번역 및 표기 용례로 제시했던 ‘파오차이(泡菜)’를 삭제하고, ‘신기(辛奇, 중국어 발음: 신치)’로 명시했다.
한국어와 달리 중국어에서는 ‘기’, ‘김’ 소리를 내는 글자가 없어 김치를 소리나는대로 표기하지 못한다. 이에 지난 2013년 농식품부에서는 중국어 발음(약 4,000개) 분석, 중국 8대 방언 검토, 주중 대사관과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김치’의 중국어 표기로 ‘신치(辛奇)’를 마련한 바 있다.
또한, 올해 초 ‘김치’의 중국어 번역 후보 용어 16개를 추가 검토할 때에도 ‘신치(辛奇)’는 김치와 발음이 유사하며, ‘맵고 신기하다’는 의미를 나타내므로 김치를 표현하기에 적절한 용어로 선정됐다.
최근 식품업계 등 민간에서 신치(辛奇)를 비롯한 김치의 중국어 표기 방안을 계속 요구했던 점도 고려했다. ‘김치’의 중국어 번역 표기를 ‘신치(辛奇)’로 사용함에 따라 우리의 김치와 중국 음식 파오차이를 명확히 구분하고, 나아가 중국에서 우리 고유 음식인 김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개정된 훈령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작성하는 누리집, 홍보 자료 등에 적용된다.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훈령에 제시된 원칙대로 해외 홍보 자료 등을 제작한다.
이에 따라 관계 기관은 김치 관련 중국어 홍보 콘텐츠 등을 제작할 때 김치를 신치(辛奇)로 표기하게 된다. 한편 민간 부문에서는 해당 훈령 적용을 강제하지 않기 때문에 김치업계 및 관련 외식업계 등에서는 사업 환경에 따라 훈령을 참고해 번역·표기할 수 있다.
한편, 우리 기업이 중국에서 김치를 판매하는 경우에 김치를 ‘신치(辛奇)’로 단독 표기할 수는 없어 주의가 필요하다. 중국 식품안전국가표준(GB) 등 현지 법령상 중국 내에서 유통·판매되는 식품에는 제품의 ‘진실 속성(소비자들에게 친숙한 명칭)’을 반영하는 표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김치수출협의회 등 유관 단체를 통해 우리 수출기업들을 대상으로 신치(辛奇) 용어의 사용 가능 범위에 대해 자세히 안내할 계획이다.
그 밖에도 문체부는 훈령 개정을 통해 음역(한국어의 발음을 그대로 살려서 하는 번역) 범위를 확대했다. 뜻을 살려 ‘순대’나 ‘선지’를 ‘blood sausage’, ‘blood cake’라고 번역하면 외국인에게 혐오감이나 거부감을 준다는 우려를 반영해 소리 나는 대로 번역하는 방식인 ‘sundae’, ‘seonji’로 표기한다.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하는 방식이 확산되면 전 세계적으로 우리 문화와 우리말을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문체부 박태영 문화예술정책실장은 “우리 문화에 대한 정확한 번역 및 표기 방식을 안내하겠다”라며 특히 김치의 중국어 표기와 관련해 “우리의 김치와 중국의 파오차이(泡菜)를 구분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훈령에 신치(辛奇)라는 표기를 명시했다. 한-중 문화교류의 해(2021~2022)를 기념해 양국의 음식 문화를 포함한 다양한 고유문화에 대한 논의와 교류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농식품부 김인중 식품산업정책실장은 “훈령 개정을 통해 김치와 파오차이(泡菜) 간 혼란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김치 고유의 표기를 사용해 김치의 세계적 위상이 높아지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1월 뉴욕타임스에 김치광고를 해 화제가 된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문체부가 김치의 올바른 중국어 표기를 정확히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 "양념과 젓갈 등의 재료를 통해 만들어진 우리의 김치가 다른 절임채소와 차별화 점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릴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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