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만1천건→작년 2만건 검거 증가…포털서 SNS로 악플 확대
"일종의 '영웅심리'로 다는 악플…미디어 교육·플랫폼 제재 필요"
"한국인들에게 사이버불링(온라인 괴롭힘)을 당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불행히도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어요. 아이고…"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넷플릭스 서바이벌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출연자 선경 롱게스트(41)씨는 최근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 이렇게 호소했다.
방송에서 다른 출연자와 의견 충돌을 빚는 과정에서 보인 모습 등을 두고 누리꾼들이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채널에 몰려가 악성 댓글(악플) 수천개를 단 것이다.
한국계 미국인인 그는 소셜미디어(SNS)에 "왜 사냐", "니네 나라로 꺼져" 등 자신을 향한 악플을 캡처해 올리며 "한 유튜브 영상에만 8천개 이상 악플이 달렸다. 이걸 사이버불링이 아니라고 정당화해보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온라인 악플 문제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지난 5년간 경찰이 접수한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건수는 12만건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경찰청에 따르면 사이버 명예훼손·모욕으로 접수된 사건은 2019년 1만6천633건에서 2020년 1만9천388건, 2021년 2만8천988건, 2022년 2만9천258건으로 계속 증가하다가 지난해 2만4천252건으로 다소 줄었다.
검거 건수는 2019년 1만1천632건, 2020년 1만2천638건, 2021년 1만7천243건, 2022년 1만8천242건, 작년 2만390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지난 5년간 8만145건에 달한다.
앞서 연예인과 스포츠 선수 등 유명 인사들이 뉴스 기사에 달린 악플에 고통을 호소하며 사회적 논란이 되자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포털 사이트는 2019년부터 연예·스포츠 뉴스 댓글을 잇달아 폐지했다.
그러자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당사자의 SNS 게시물에 욕설과 모욕성 발언이 담긴 댓글을 남기는 식의 온라인 괴롭힘이 이어지고 있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등을 넘어 방송 프로그램 등에 출연한 일반인들마저도 쏟아지는 악플로 인한 괴로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일부 누리꾼들의 도를 넘은 악플은 남에게 관심과 인정을 받고 싶다는 욕구에서 비롯한 행위일 수 있으며 특히 SNS를 통해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기대가 비뚤어진 형태로 나타난 것으로, 일종의 '영웅심리'"라며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자신한테 동조하는 사람을 쉽게 얻을 수 있는 SNS가 좋은 재료가 되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SNS 댓글창 자체가 하나의 '플랫폼'이 되면서 일부 누리꾼들에겐 악플이 일종의 미디어를 즐기는 행위가 된 것"이라며 "댓글을 달면 반응이 바로바로 오고 누군가 호응을 해주니까 마치 자기가 대장이 된 듯한 느낌이 들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악플의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SNS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미디어 교육은 물론 온라인상의 괴롭힘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 플랫폼에 대한 제재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유 교수는 "미디어의 광범위한 확산에 걸맞은 성숙한 사용자 의식이 부족하다"며 "미디어 교육을 의무화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고 전했다.
임 교수는 "인터넷 문화가 바뀌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는 않고 법이 쫓아가지도 못하는 것 같다"며 "불법적인 것을 알면서도 허용하고 있는 플랫폼을 제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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