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수거책을 추적 중인 경찰이 지하철 승·하차 기록을 확보하지 못해 수사에 막히는 사례가 발생했다.
버스와 일반 가맹점 결제 정보는 즉시 확보가 가능하지만 지하철 교통카드 정보만 유독 제공이 어려워, ‘도시철도 이용 도주’가 범죄 추적의 취약지대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부터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으로 지목된 30대 남성 A씨를 추적 중이다.
A씨는 피해자에게서 약 1억 원을 건네받아 또 다른 수거책에게 전달하거나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경찰은 CCTV와 금융 흐름, 버스·가맹점 결제 내역 등을 토대로 동선을 좇던 중 특정 시점에서 A씨가 지하철로 이동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그 지점에서 이후 행적이 완전히 끊겼다.
문제는 지하철 교통카드 정보가 사실상 ‘블랙박스’ 상태라는 점이다. 부산교통공사는 개인정보 보호와 법적 근거 부족 등을 이유로 경찰의 정보 제공 요청에 난색을 표했고, 결제사·카드사·교통공사가 나뉘는 구조적 특성 때문에 요청 절차도 복잡하다.
실제로 부산 도시철도는 수도권과 달리 독자적인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어 승·하차 시간, 이용역 등의 조회 기준 자체가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버스 승차 기록은 바로 확보되고, 편의점·식당·택시 등 모든 결제정보는 수사협조가 되는데 지하철만 불가능한 것은 제도적 공백”이라며 “피의자가 지하철을 탄 순간부터 사실상 추적이 중단된다”고 토로했다.
지하철 특성상 CCTV 사각지대가 많고, 하차 후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거나 복잡한 환승 통로를 이용하면 동선 파악이 급격히 어려워진다.
전문가들 역시 도시철도 교통카드 정보를 둘러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개인정보 보호가 기본 원칙이지만, 범죄 혐의가 명백하고 법원 영장이 발부된 경우에는 ‘지하철만 예외’인 현행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 경찰 출신 전문가는 “교통카드 정보는 개인 식별이 어렵다는 이유로 제공을 꺼리지만 실제 범죄 수사는 시간 싸움”이라며 “명확한 제공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교통공사는 “법령에 근거한 요구가 있어야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경찰은 영장 재신청과 CCTV 추가 확보 등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A씨의 이후 행적은 여전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범죄 조직이 수사 공백을 악용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수사기관과 교통 당국 모두 지하철 교통카드 정보 공백에 대한 제도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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