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총회(UNGA) 연단에 섰다.
그는 연설 서두에서 유엔을 향해 “잠재력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한 기관”이라며 직격탄을 날렸고, 다자주의 대신 국가이익을 우선하는 기조를 분명히 했다. 기후변화 대응 정책과 녹색에너지 전환을 “경제와 사회에 해로운 잘못된 길”이라고 단언하면서, 이민 규제 강화와 화석연료 선호를 거듭 강조했다. 내용 전반에서 ‘미국 우선주의’가 다시 한 번 뚜렷하게 드러난 순간이었다.
그러나 단호한 메시지와 달리 현장에서는 연설 전부터 해프닝이 이어졌다. 트럼프 부부가 이동하던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멈춰 서는가 하면, 연단에 오른 직후에는 프롬프터(teleprompter)가 작동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잠시 멈칫했지만 곧 즉흥 발언으로 도입부를 이어갔다.
그는 “이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큰 곤란에 처할 것”이라고 말하며 농담을 던졌고, 이어 “만약 영부인이 몸이 좋지 않았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내에서는 웃음이 터졌지만, 대통령 연설을 뒷받침해야 할 장치들이 잇달아 멈춰 선 장면은 아이러니하게도 불안정함을 드러냈다.
곧 장비가 복구되면서 연설은 정상적으로 진행됐으나, 강경한 발언 못지않게 해프닝이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외신들은 “국제사회의 공조를 흔드는 메시지보다, 트럼프가 장치 고장을 넘기려 농담하는 모습이 더 크게 회자됐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실제로 일부 참석자들은 그의 발언에 박수 대신 냉담한 침묵으로 반응했고, 연설 종료 직후도 가벼운 웃음과 어색한 분위기가 교차했다.
트럼프의 발언은 올해 총회의 주요 의제와도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번 제80차 총회는 전쟁, 기후위기, 글로벌 불평등 해소가 핵심 의제로 꼽혔지만, 트럼프는 기후변화와 녹색 전환을 비판하고, 국제 지원을 줄이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브라질 룰라 대통령이 개회 첫 연설에서 다자주의와 기후 대응 강화를 강조한 것과는 극명히 대조되는 장면이었다.
이번 연설은 23일 오전 유엔총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됐으며, 트럼프는 약 35분간 연설을 이어갔다. 이후 양자 회담과 언론 브리핑 등 공식 일정이 예정돼 있었지만, 정작 본인의 메시지보다 ‘프롬프터 고장’과 ‘에스컬레이터 정지’라는 해프닝이 먼저 보도되며 일정 전반에도 그림자를 드리웠다. 유엔 측은 해당 문제들에 대해 “프롬프터는 미국 측 장비와 운영 인력이 직접 관리하는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고, 에스컬레이터 정지 또한 “트럼프 측 인사가 비상정지 장치를 건드린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하며 고의적 방해 가능성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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