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학대 면죄부’ 언제까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무려 3년에 걸쳐 경북 안동과 경남 창녕 일대 농장을 돌며 남의 소를 고의로 굶겨 헐값에 사들인 축산업자에게 법원이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계획적이고 반복적인 범행이었음에도 처벌은 벌금형에 그치면서, “동물학대와 농가 피해를 동시에 저질러도 이 정도면 끝이냐”는 비판이 거세다.
대구지방법원 형사3단독 박태안 부장판사는 공동재물손괴 등 혐의로 기소된 축산업체 운영자 A씨(57)에게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A씨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경북 안동과 경남 창녕의 소 농장을 찾아가 농장주 몰래 급수통에 소 담즙을 뿌리는 수법으로 소들이 물과 사료를 먹지 못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소가 담즙 냄새를 맡으면 섭식을 거부한다는 점을 악용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단기간에 소의 체중을 떨어뜨린 뒤, 소 한 마리당 약 30㎏씩 체중이 줄어든 상태에서 헐값에 매입했다. 그 결과 소 30마리를 정상 가격보다 총 984만 원이나 싸게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실상 남의 가축을 고의로 훼손해 이익을 챙긴 셈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범행 수단과 방법, 내용에 비춰 죄질이 나쁘고, 범행 후 보이는 태도 역시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선고된 형은 실형이나 집행유예, 영업정지 없이 벌금 1000만 원에 불과했다.
A씨가 소를 굶겨 얻은 부당이득 규모와 범행 기간, 반복성 등을 고려하면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재산범죄를 넘어 명백한 동물학대이자 농가를 상대로 한 계획범죄라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특히 소유주도 모르는 사이 수개월, 수년에 걸쳐 같은 수법이 반복됐다는 점에서, 관리 부실이나 우발적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법적 책임은 ‘벌금형’으로 정리되면서 “동물의 고통과 농가 피해가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동물보호단체와 축산업계 일각에서는 “이 정도 처벌이라면 범행을 막을 유인이 없다”며, 영업정지·허가 취소·보조금 제한 등 실질적인 제재가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벌금 1000만 원은 자칫 ‘걸리지만 않으면 남는 장사’라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소를 굶겨 체중을 줄이고, 그 고통을 이용해 이익을 챙긴 범죄. 그 대가가 벌금 1000만 원에 그쳤다는 사실은, 동물학대와 축산 범죄를 대하는 사법 시스템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제는 “죄질이 나쁘다”는 판시를 넘어, 그에 걸맞은 처벌이 실제로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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