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지검은 피해자인가 수사 주체인가
수백억 원대 압수 비트코인이 6개월간 사라졌다가 지난 설날 밤 갑자기 되돌아왔다.
가상자산 범죄 역사에서도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자진 반환’이라는 설명이 나오지만, 사건은 그렇게 간단히 정리되지 않는다.
사건은 도박사이트 수사 과정에서 압수한 비트코인 약 320여 개를 검찰이 전자지갑 형태로 보관하면서 시작됐다. 담당 수사관이 피싱 사이트에 접속했고, 그 과정에서 지갑 접근 권한이 탈취돼 코인이 외부 주소로 이체된 것으로 전해진다.
다중서명 방식은 적용됐는지, 콜드월렛과 핫월렛은 분리됐는지, 단일 키 구조로 운영된 것은 아닌지 등 기본적인 보안 기준부터 점검 대상이다.
더 충격적인 대목은 탈취 그 자체보다 ‘인지 지연’이다.
6개월 동안 코인이 사라진 사실을 몰랐다는 점은 단순 해킹 사고를 넘어선다. 정기 점검에서 지갑의 존재 여부만 확인하고 실제 잔액을 대조하지 않았다는 보도까지 나온다.
압수물은 형사소송법상 국가 책임 아래 보관되는 공적 자산이다. 현금이나 귀금속이라면 재고를 수시로 대조한다. 디지털 자산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관리·감독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미라면, 이는 보안 사고를 넘어 사법 시스템 신뢰의 문제로 번진다.
그리고 설날 밤, 사라졌던 320BTC가 한 번에 원래 지갑으로 돌아왔다. 가상자산 범죄의 일반적인 흐름은 탈취 후 분산·세탁·해외 이동을 거쳐 현금화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6개월간 큰 이동 없이 있다가 특정 시점에 일괄 복귀했다. 블록체인은 공개 장부다.
트랜잭션 해시와 이동 경로를 추적하면 중간 지갑 수, 해외 경유 여부, 믹싱 사용 여부까지 분석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구체적 온체인 분석 결과가 공개되지 않는다면 ‘자진 반환’이라는 표현은 설명이 아니라 의문을 더 키우는 말이 된다.
추적 압박 때문이었는지, 거래소 동결 조치로 사용이 불가능해졌는지, 다른 사정이 있었는지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
가장 민감한 대목은 수사 구조다. 피해 주체가 광주지방검찰청이라면, 동일 조직이 스스로를 수사하는 것은 이해충돌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외부 해킹범 추적과 내부 관리 책임 규명은 분리돼야 한다. 대검 감찰, 타 지역 검찰청 이첩, 경찰 이관, 외부 디지털 포렌식 참여 등 객관성을 확보할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셀프 면책’ 의혹은 계속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특히 직무상 과실이나 내부 통제 위반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라면 수사와 감찰의 분리는 원칙에 가깝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코인이 돌아왔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왜 단일 피싱 접속으로 대규모 자산 이동이 가능했는지, 왜 6개월간 관리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는지, 왜 반환 경로에 대한 투명한 설명이 없는지,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누가 독립적으로 들여다보는지에 있다.
압수물 관리는 범죄수익 환수의 출발점이자 공권력 신뢰의 상징이다. 설날 밤 되돌아온 320BTC는 사건의 종결이 아니라, 관리 책임과 수사 독립성을 묻는 출발선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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