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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노무사회 ‘무보수 수습’ 지침 논란

  • 류근원 기자
  • 입력 2026.03.08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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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형 수습’ 계약하면 무급·근로시간 제한 없어…노동계 “노동권 부정” 비판

노동법 전문가 단체인 한국공인노무사회가 수습 노무사를 무보수로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의 지침을 회원들에게 배포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권 보호를 주요 역할로 하는 단체가 오히려 노동법 적용을 피할 수 있는 방식을 안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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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제작] 일러스트=연합뉴스 & OGQ

 

8일 노동계에 따르면 공인노무사회는 지난달 23일 회원들에게 ‘연수교육 실무수습 운영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이 지침은 수습노무사를 ‘채용형’과 ‘교육형’으로 구분하는데, 특히 교육형 수습의 경우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침에 따르면 교육형 수습으로 계약할 경우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무보수 ▲근로시간 제한 없음 ▲휴일·연차휴가 없음 ▲해고 가능 ▲4대 보험 미가입 ▲재직기간 미산정 등 대부분의 노동법 적용을 받지 않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사실상 ‘교육’이라는 명목을 붙이면 수습노무사를 무급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수습노무사 단체와 일부 전문가들은 “노동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단체가 편법을 사실상 공식화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수습노무사 모임인 수습노무사 노동인권모임 노동자의 벗은 최근 성명을 내고 “노무사회가 수습노무사의 노동권을 보호하기는커녕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지침을 배포했다”며 “공인노무사를 대표하는 조직으로서 기본적인 책임마저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수습노무사들의 열악한 처우 문제는 그동안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부 수습처에서는 장시간 업무나 허드렛일을 맡기면서도 낮은 보수나 무급 형태로 수습을 운영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 과정에서 면접 단계부터 ‘갑질’ 논란이 제기되는 사례도 있었다. 한 수습노무사는 “원래 두 명을 뽑을 예정이었는데 같은 비용으로 다섯 명을 채용하는 대신 근로시간을 줄이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문제가 제기되자 공인노무사회는 지난달 27일 수정 공문을 통해 “채용형 수습을 더 권장하고 있으며 수습노무사 동의 없이 무급으로 진행할 수 없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그러나 수습노무사들에 대한 공식 사과는 없었다.


전문가들은 해당 지침이 정부 기준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고용노동부가 2025년 11월 발표한 ‘정식 채용 전 단계 교육생의 근로자성 판단 가이드라인’은 교육 내용이 실제 업무와 동일하거나 사용자 영업활동과 밀접한 경우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교육생의 근로자성 관련 사건을 다뤄온 하은성 노무사는 “노무사회가 제시한 ‘채용 전제 여부’ 기준은 지나치게 형식적이며 실무수습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며 “과도적 근로관계를 이용해 무급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편법을 사실상 제도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장에서 수습노무사를 채용해 온 김유경 노무법인 대표도 “업계에서 수습노무사를 순수한 교육 목적만으로 채용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며 “이번 지침은 형식만 갖추면 비용 부담 없이 일을 시켜도 된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수습노무사들 사이에서는 수습처 부족과 열악한 근무 환경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올해도 400명 넘는 신규 합격자가 배출되면서 수습 자리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무보수 수습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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