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추진, 경기도의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추진 등 경기도 행정구역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지난 9월말 한덕수 국무총리와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을 만나 경기북도 설치 특별법 제정을 위한 법적 절차인 주민투표 실시를 요청한 바 있다. 경기북도 설치를 위한 첫 행정 절차를 밟은 것이지만 갈 길은 요원하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자체의 폐치분합(지자체의 신설이나 폐지를 수반하도록 관할 구역을 변경하는 일) 또는 주요 시설 설치 등 국가 정책 수립에 관해 주민의 의견을 듣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주민투표를 할 수 있다.
일반적인 주민투표는 주민투표권자 총수의 4분의1 이상이 투표하고 유효투표의 과반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하지만 국가정책에 관한 주민투표는 효력이 제한된다. 즉 결과에 법적 효력이 없어 정부는 이에 귀속되지 않고 참고만 해도 된다.

주민투표 결과를 참고해 정부에서 법안을 마련하면 다른 정부 법안들처럼 이를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에서 논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아울러 국가정책에 관한 주민투표 실시 요구권자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이기 때문에 지자체 요청이 들어왔다고 행안부가 주민투표를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 여론이 한쪽으로 치우친 경우 등 사안에 따라 주민투표 대신 지방의회 표결 등으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
경기도는 국회 행안위에 계류 중인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특별법' 3건이 21대 국회 임기 만료 전 통과할 수 있도록 주민투표가 내년 1월에는 실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행안부는 경기도가 요청한 주민투표를 시행하려면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먼저 주민투표권자 범위를 확정해야 한다. 북도의 주민들만 투표할지, 남도의 주민들에게도 투표권을 줄지 정해야 한다. 북도에 들어가는 시군구를 어디로 할지도 명확히 해야 한다.
김포시의 경우 앞서 의원 발의로 제출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된 경기북도 관련 법안들에는 포함돼있는데, 이번 경기도의 요청안에는 빠져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김포는 고양·파주 등과 같은 접경지역이라 함께 묶이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하에 그동안 의원 발의 법안 등에서 북도로 포함된 듯 하나, 행정구역상 남도에 있어 이번 요청안에서는 빠졌다"며 "김포시 의견을 반영한 것은 아니고, 추후 주민 의견을 공식적으로 수렴할 때 정리돼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고양시의 경우 우선 북부지역 시군을 경제공동체로 통합한 후 행정 분리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시도 간 각기 다른 입장을 정리해 공감대가 형성된 후 주민투표를 해야 결과에 대한 이견을 잠재울 수 있다는 것이 행안부의 설명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경기도에서 주민투표까지 가기 위해 필요한 내용들을 정리해 제시해야 주민투표를 할지 말지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내용이 정리된 후에도 경기도의 분도는 단순히 경기도만의 문제가 아니니 전체 국가에 끼칠 영향 등을 검토하고 타 시도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 요구는 경기도가 이처럼 경기북도 설치 관련 절차를 본격화하는 가운데 나왔다.
경기도는 경기북도의 범위에 김포시를 포함하지 않은 채 시에 편입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이에 김포시는 조만간 경기북도 편입 여부와 관련한 주민 여론조사를 진행할 때 서울시 편입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묻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은 현재 여당이자 김병수 김포시장이 속한 국민의힘에서 당론으로 채택해 정부 법안보다 진행이 빠른 의원 입법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다른 관련 법안들을 일일이 개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하에 일반법이 아닌 특별법으로 발의한다.
다만 의원 입법이라고 해서 의견 수렴 절차가 축소되는 것은 아니다. 경기도·김포시·서울시를 대상으로 주민투표를 하거나 지방 의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아울러 행안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하고 전문가 공청회 및 지자체 설명회 등을 통해 구체적인 법이 마련돼야 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특별법에는 특례 등 예외 규정을 둘 수 있어 이를 활용할 듯한데, 아직 법안이 나오지 않아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다"며 "특별법도 일반법과 마찬가지로 행안위에 상정하면 행안부 등 관계 부처의 의견을 들어야 하므로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이 정부의 수도권 집중 억제 정책에 반한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법안이 나오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어떤 입장을 취할지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더불어민주당인 김동연 경기지사는 김포시의 서울 편입에 정치적 목적이 들어가 있다며 "황당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하는 등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2일 김포시의 서울 편입 추진과 관련한 질문에 "오랫동안 연구해오고 검토하고 숙성된 대안과 갑자기 뜬금없이 나온 대안의 신뢰성을 어떻게 생각하냐"며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와 달리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목적에 따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도시 연담화(도시가 생성, 발전, 확장되면서 주변 도시와 기능적으로 결합돼가는 과정)' 현상을 꺼내면서 원론적 차원에서 '신중한 접근'을 거론했다. 오 시장은 이달 6일 같은 당 김병수 김포시장을 만나 서울시 편입 방안과 관련한 제반 사항을 논의할 계획이다.
경기도 김포시는 주민 1천명을 대상으로 이달 말 여론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지난 2일 밝혔다.
BEST 뉴스
-
DB그룹 경영권 향방 중대 고비…김남호 명예회장, 법률 자문 검토
DB그룹 2세인 김남호 명예회장이 두 달 전 회장직에서 물러난 데 이어 내년 3월 사내이사직까지 내려놓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본격적인 대응에 나설지 주목된다. 김남호 DB그룹 명예회장 사진=DB그룹 제공/연합 지난 6월 27일, DB그룹은 돌연 ... -
“출산 후 수혈 못 해 아내를 잃었다”…영주 A 병원 예고된 인재
지난 7월, 경북 영주시의 분만취약지 지원병원에서 출산 직후 산모가 과다출혈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병원은 매년 수억 원의 국비·지방비를 지원받는 지역응급의료기관이었지만, 정작 응급 상황에서 사용 가능한 혈액조차 확보하지 못해 비극을 막지 못했다. 이 사고는 한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제도적 허점... -
대한전선-LS전선 해저케이블 분쟁, 1년 넘긴 수사와 재계 파장
LS전선 동해공장 전경 사진=LS전선 제공 대한전선과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의혹을 놓고 진행 중인 경찰 수사가 1년을 넘겼다. 비공개 영업비밀 침해 사건 특성상 혐의 입증이 까다로워 수사가 지연되는 가운데, 이번 사안이 국내 해저케이블 산업 주도권과 재계 구도에 ... -
박주민 “오세훈, 비(非)강남 버렸다”…경전철 공약 ‘빈 껍데기’ 전락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연합뉴스 서울시가 추진해 온 강북·동북권 경전철 사업이 잇따라 좌초하면서 오세훈 시장의 균형발전 공약이 사실상 공염불에 그쳤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과 ‘새로운서울준비특별위원회’(위원장 박주민)는 21일 열린 ‘오세훈 시정 3... -
인천공항 제4활주로서 화물차 사고 사망…공항 안전관리 또 도마 위에
26일 오전 6시쯤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 제4활주로 인근에서 50대 남성 A씨가 몰던 1t 화물차가 공항 외곽 울타리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천국제공항 전경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연합뉴스] 사고 충격으로 크게 다친 A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 -
“유기견 보호소를 ‘실험동물 창고’로…휴벳 사태 전모
전북 익산에 본사를 둔 동물용 의약품 개발사 휴벳과 이 회사가 운영·연계한 동물병원 및 보호소들이 연달아 동물 학대·관리 부실 의혹에 휩싸이고 있다. 정읍 보호소 유기견 안락사 후 카데바(해부 실습용 사체) 사용, 군산 보호센터의 실험 비글 위탁 관리, 돼지 사체 급여 논란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한 기업과 그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