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뱅크(옛 대구은행)가 캄보디아 현지에서 상업은행 인가를 추진하며 42억 원대 금품을 지급한 사건이 결국 ‘사기 피해’로 결론났다.
법원은 2심에서 김태오 전 DGB금융지주 회장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며 “은행 자금이 불법 유출된 것은 명백하나, 외국 공무원에 대한 로비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돈은 실제로 공무원에게 전달되지 않았고, 브로커가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사건의 본질은 단순한 사기 피해가 아니다. 수십억 원이 예금자의 자금으로 운용된 은행 자산에서 유출됐음에도, 금융당국의 제재는 고작 6천만 원 과태료에 그쳤다는 사실이다.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iM뱅크는 2020년 4월부터 10월 사이 캄보디아 현지 법인의 상업은행 전환 인허가를 추진하면서 에이전트를 통해 미화 350만 달러(약 42억 원)를 두 차례에 걸쳐 지급했다. 형식은 부동산 거래나 컨설팅 계약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인허가 로비를 위한 대가성 자금이었다.
금감원은 이를 ‘내부통제 미이행’으로 보고 과태료 6천만 원을 부과했지만, 조사 과정에서 해당 자금이 브로커에게 사기 형태로 넘어간 사실이 드러나자, ‘로비 사건’은 ‘사기 사건’으로 둔갑했다. 판결문은 “은행의 해외 내부통제체계가 전무했고, 본점은 자금 유출을 사후에야 인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금융권의 시각은 달랐다. “42억 원이 사라졌는데 과태료 6천만 원이라니, 이건 제재가 아니라 면죄부”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자금세탁방지, 외화유출, 내부통제 등 모든 규제를 어겼는데 회계 오류 수준의 처분만 내렸다”며 “금감원의 솜방망이 제재가 금융권 전반의 도덕적 해이를 키운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42억 뇌물, 벌금 6천만 원’이라는 제목의 비판 기사들이 이어졌고, 금융소비자 단체들은 “예금자 자금으로 운용되는 은행의 자산이 사기에 노출됐는데, 이를 단순 내부통제 미흡으로 축소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판의 본질은 ‘감독의 불균형’이다. 내부통제 실패가 명백함에도, 금감원은 형식적 제재에 그쳤다. 자금 회수, 경영진 문책, 준법 시스템 개선 명령 등 실질적 조치는 없었다. 해외법인 리스크 관리에 대한 금융당국의 무감각함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전문가는 “금감원이 이런 사건을 ‘단순 과태료’로 처리하면, 해외 브로커 리스크를 사실상 방조하는 꼴”이라며 “이런 태도가 ‘해외에서 벌어지는 일은 봐준다’는 잘못된 신호를 준다”고 지적했다.
김태오 전 회장은 2018년 DGB금융 회장으로 취임해 대구은행장까지 겸직하며 ‘지방금융의 전국화·글로벌화’를 내세웠다. 디지털 자회사 뉴지스탁 인수, 동남아 금융 네트워크 확장 등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지만, 내부통제와 준법감시 체계는 허술했다. 캄보디아 사건 외에도 DGB금융은 2022년 사외이사 자격요건 위반으로 금감원으로부터 1억 5천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는 등 잇단 통제 실패를 드러냈다.
재계 일각에서는 “42억 원대 금품 제공이 적발됐는데 제재가 6천만 원이라니, 금융당국이 글로벌 윤리·준법 기준에 턱없이 못 미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금감원 제재 이후에도 현지 공무원 처벌이나 자금 환수 여부가 불투명한 점은 ‘실효성 없는 감독’의 상징으로 남았다.
이 사건은 단순한 해외법인 실수가 아니다. 구조적인 내부통제 붕괴, 최고경영진의 방조, 감독기관의 미흡한 대응이 겹치며 발생한 시스템 실패다. 김태오 전 회장이 물러나고 황병우 회장 체제로 전환된 뒤, iM금융그룹은 ‘지주-은행 분리경영’과 내부통제 강화를 선언했지만, 신뢰의 상처는 여전히 남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은행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인허가 로비와 내부통제 실패는 결국 지배구조 문제로 귀결된다”며 “이번 사건은 해외 진출 금융사 전반의 준법경영 기준을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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