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이 벨기에 부동산임차권 펀드와 관련해 대규모 불완전판매를 인정하고 총 60억 원이 넘는 자율배상에 나섰다.
2019년 설정된 이 펀드는 “벨기에 정부기관이 장기 임차한 안정적 해외 오피스 투자 상품”으로 소개됐지만, 유럽 부동산 시장 침체와 금리 인상 등으로 구조 자체가 실패해 사실상 원금 전액 손실로 귀결됐다.
손실이 확정된 이후 투자자 민원이 폭증하자 한투는 내부 조사와 외부 검토를 거쳐 일부 판매 과정에서 설명 의무·적합성 원칙 등을 충족하지 못한 정황을 인정했다.
당시 투자자들은 “정부기관이 임대 중이라 안정적”이라는 설명을 들은 경우가 많았으나, 실제 투자 구조는 복잡했고 시장 위험에 취약했다. 금리 상승과 유럽 오피스 가치 하락이 겹치면서 자산 가치가 급격히 훼손됐고, 결국 투자금은 전액 손실됐다.
한투에 접수된 민원은 총 883건에 달했으며 이 중 458건이 불완전판매로 판단됐다. 전체 판매 건수(1,897건) 대비 약 24% 수준이다. 배상비율은 3060% 구간을 기본으로 하되, 고령 투자자·투자경험 부족·위험 설명 미흡 등 가산요인이 적용되면 최대 80%까지 배상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실제 배상 사례를 보면 3035% 구간이 가장 많고, 4045%, 5055%, 60% 이상 구간도 존재해 투자자별 실질 손실률과 판매과정 문제 정도가 개별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종 배상액은 약 60억7천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번 사태의 핵심 쟁점은 ‘설명의무 위반’이다. 펀드 구조가 복잡한 장기 해외부동산 임차권 구조였음에도 위험요소가 충분히 고지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상품설명서와 실제 운용 구조 간 괴리, 중도 환매가 사실상 불가능한 폐쇄형 상품이라는 특성 등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아 민원이 집중됐다.
금융감독원은 이미 해당 상품에 대한 현장 검사를 개시했으며, 판매 과정 전반에 걸쳐 내부통제 미비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금감원 판단 결과에 따라 현재 배상비율이 추가 상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업계에서는 “해외 대체투자 상품 판매의 구조적 문제가 다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수년 동안 은행·증권사들이 ‘꾸준한 수익’과 ‘안정적 임차수입’을 내세워 해외 대체상품 판매를 확대했지만, 금리 정상화 이후 다수의 해외 오피스 자산이 급락하며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체투자 상품의 복잡한 구조를 일반 투자자들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판매하는 관행이 반복된다면 제2의 DLF·라임 사태가 다시 재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투는 이번 배상 조치와 관련해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사후 점검과 내부통제 강화가 뒤늦게 이뤄졌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금감원의 검사 및 향후 제재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이번 사태가 금융권 전반의 해외 대체투자 판매 관행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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