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고평가…자금조달 어렵지 않지만, 외부조달 70% 의존
구지은 전 부회장과 다툼 가능성도…한화 "차질 없도록 협의"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아워홈 인수 결정을 내리면서 이번 인수합병(M&A)을 성공적으로 마칠지 관심이 쏠린다.
산업계와 시장에선 한화가 아워홈 인수를 마무리 지을 때까지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구지은 전 아워홈 부회장과 경영권 확보를 위한 다툼 가능성이 있는 데다, 불황 속에 무리한 M&A에 나섰다가 재무 부담으로 기업이 위험해지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아워홈 주당 6만5천원에 인수…몸값 고평가 우려"
16일 호텔리조트·식품·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인수전에서 아워홈의 기업가치는 지분 100%로 계산할 때 약 1조5천억원으로 동종업계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앞서 지난 11일 한화호텔은 아워홈 지분 58.62%를 8천695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공개했다.
비상장사인 아워홈의 'EV/EBITDA 배수'(기업의 시장가치(EV)를 세전영업이익(EBITDA)으로 나눈 값)는 2023년 기준 약 10∼11배로 추정된다. 이는 동종업체인 현대그린푸드(4.3배), CJ프레시웨이(3.3배), 신세계푸드(6.0배)보다 높다.
EV/EBITDA는 기업의 가치가 그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과 비교해 얼마나 비싼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M&A에서 적정 기업가치 산정 기준으로 쓰인다.
한화호텔이 매입하기로 한 아워홈 1주당 가격은 6만5천원으로 지난 14일 종가 기준 현대그린푸드(1만3천360원), CJ프레시웨이(2만1천350원), 신세계푸드(3만1천150원)와 비교해도 높다.
◇ 인수대금 70% 외부서 조달…"차입급 급증으로 재무부담 커져"
한화호텔은 또 아워홈 인수 자금의 70%를 외부에서 끌어와야 해 채무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화호텔은 1차로 지분 50.62%(7천508억원)를 취득하고서 2년 안에 2차로 8.00%(1천187억원)를 매입하기로 했다.
자체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자금은 2천500억원 정도다. 나머지 부족한 금액은 재무적 투자자(FI)와 인수 금융을 통해 조달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즉 자체 자금 조달 비중이 30%에 그치고 외부 수혈이 70%에 달한다.
자체 조달하는 2천500억원도 보유한 현금에 외부 차입을 해야 마련할 수 있어 사실상 외부 수혈 비율은 더 높다.
한화호텔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1천294억원에 불과하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기업 M&A에서 외부자금 조달 비율은 사례마다 다르기 때문에 한화의 외부자금 비중이 이례적으로 높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다"며 "한화호텔의 신용도나 자산을 볼 때 2천500억원 조달은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M&A로 한화호텔의 빚이 급증한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신용평가는 "1차 아워홈 지분 인수에 따른 한화호텔의 연결 재무제표 변화를 분석한 결과 순차입금이 2천129억원에서 8천475억원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번 인수에 FI로 참여하는 사모펀드 IMM크레딧솔루션은 2천500억∼3천억원을 출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금액 3천200억∼3천700억원은 여러 금융기관이나 투자자들로 인수단을 구성해 자금을 조달하는 인수금융으로 끌어와야 한다. 인수금융 적용 금리는 4∼5% 내외로 알려졌다.
한국기업평가는 "한화호텔은 출자금 소요와 인수금융으로 단기 재무부담이 높아질 것"이라며 "자체 사채발행,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자금 소요에 대응할 것으로 보여 재무 부담 추이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금리가 점차 낮아진다고 해도 한화호텔이 안정적으로 아워홈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지분을 추가로 취득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면 자금 조달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 불황·비싼 몸값·부채 확대…'승자의 저주' 우려도
한화호텔의 인수대금 납부와 차입금 상환 부담은 이른바 '승자의 저주' 우려를 높인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과거에도 무리하게 인수합병을 추진했다가 그룹이 쇠락한 사례가 적지 않다.
웅진그룹은 2007년 6천600억원에 극동건설을 인수했다. 당시 증권가에서 예상한 3천억 원의 두 배 이상인 금액을 지불했다.
인수 당시만 하더라도 시장평가가 나쁘지 않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가 침체해 수익성이 악화했다. 결국 2012년 지주사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도 2006년 6조4천억원에 대우건설을 인수했다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구조조정과 그룹 계열 분리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현재의 경제 상황도 우호적이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별 인수 건과 별개로 경제 상황만 본다면 경제성장률 등 지표들이 좋지 않다"며 "성장률 둔화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 M&A를 통해 기대한 실적 개선이나 수익 증대 가능성은 상당 부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한화호텔이 지분 전량을 인수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무리한 인수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수금의 대부분이 외부 자금이라는 점은 한화호텔에 단기적으로 재정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FI나 인수단이 자금을 빌려주는 대신 한화호텔에 요구하는 조건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구지은 전 부회장 측과 '경영권 다툼 가능성'도
한화가 아워홈을 인수할 때까지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있다는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아워홈 지분은 오너가 네 남매가 98%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38.56%, 장녀 구미현 회장이 19.28%, 차녀 구명진 씨가 19.60%, 막내인 구지은 전 부회장이 20.67%를 각각 갖고 있다.
한화호텔이 취득하는 물량은 장남-장녀가 보유한 지분이다. 막내 구지은 전 부회장과 차녀 구명진 씨는 매각을 반대하고 있어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구 전 부회장 측은 우선매수권(주주가 주식을 팔 때 다른 주주가 주식을 먼저 살 수 있는 권리)이 있어 법원에 이번 한화의 주식 매매계약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구 전 부회장 자매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면 구본성 전 부회장, 구미현 회장의 주식을 한화보다 우선 매수할 권리가 생긴다. 구 전 부회장 측은 가처분 신청을 한 이후 지분 인수 자금을 구해 매각을 막을 수 있다.
한화호텔은 "재원 마련을 포함해 인수 작업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안팎으로 다양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현 경영진과 주요 주주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원만하게 인수를 마무리 지을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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