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 케이블카는 주말이면 1시간 대기가 기본이다. 최근 애니메이션 영화 ‘K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가 남산과 N서울타워를 주요 배경으로 내세우며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했다. 코스타리카에서 온 리즈 아쿠아나 씨는 “한국에 온 이유 중 하나가 그 영화 때문”이라며 “케이팝과 남산 모두 상징적 장소”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광 특수의 과실은 공공이 아닌 가족 기업 한국삭도공업㈜이 독점하고 있다. 1962년부터 63년째 남산 케이블카를 운영 중인 이 회사는 1975년 첫 면허 당시 유효기간이 3년이었으나 1978년 갱신 과정에서 ‘무기한 면허’를 부여받았다. 이후 창업주 한석진 씨의 아들 한광수 대표와 그 가족이 경영을 이어오며, 현재까지 세습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회사 내부 지분은 한광수 대표 일가(부인 이정학, 아들 한재훈·한기훈)와 이기선 대표·이강운 부자 두 가문이 50:50으로 나눠 보유하고 있다. 양 가문이 각각 6명의 가족을 통해 지분과 경영을 나눠 갖고, 사실상 공동대표 체제를 형성해왔다. 이러한 구조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으며, 외부 자본이나 공공기관의 참여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한국삭도공업의 2024년 기준 매출은 약 219억 원, 영업이익 89억 원, 순이익 71억 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이 40%를 웃도는 고수익 구조다. 그 배경에는 국유지를 거의 무상에 가깝게 사용해온 특혜적 조건이 있다. 회사가 납부한 국유지 점용료는 연 5천만~6천만 원 수준, 영업이익의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매출 대비 공공 환원율은 0.02% 수준에 불과해, 1만 원의 매출을 올릴 때 공공에 돌아가는 금액은 2원꼴이다. 누적 순익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200억~500억 원, 일부 업계 추정으로는 700억 원에 달한다.
국회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은 “63년 동안 특정 개인이 공공자산에서 발생한 수익을 독점해왔다”며 “남산 케이블카는 시민 모두의 것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 의원은 이를 바로잡기 위해 ‘궤도운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사업 허가 유효기간을 20년 이내로 제한하고, 재허가를 받지 못하면 자동으로 효력을 상실하도록 규정했다. 법 시행 후 2년 내 재허가를 받지 못하면 한국삭도공업은 사업권을 반납해야 한다. 이 법안에는 박홍근·박주민·서영교·전현희 등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군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서울시는 이런 독점 구조를 깨기 위해 공공 곤돌라 사업을 추진했지만, 한국삭도공업이 소송을 제기해 사업이 중단됐다. 2024년 10월 행정심판과 2025년 3월 항고심에서 서울시가 잇따라 패소하면서, 서울시는 결국 재항고를 포기했다. 남산 케이블카의 독점은 또다시 유지됐다.
정치권 후원금 논란도 불거졌다.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한국삭도공업의 대표와 부사장이 수년간 일부 국회의원 후원회에 매년 500만 원씩 기부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중에는 남산 곤돌라 사업을 둘러싼 국정감사 질의와 관련된 의원들이 포함되어 있었고, 일각에서는 이를 ‘보험성 후원금’이라며 문제를 제기했었다.
결국 한국삭도공업은 수십 년간 공공자산을 독점하면서도 투명한 회계 공개나 사회 환원 없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유지해온 대표적 사례로 지적된다. 행정당국과 정치권이 이런 구조를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묵인해온 것도 문제다.
남산 케이블카 사례는 한국 관광 인프라 전반에 큰 파급력을 미칠 전망이다. 법이 시행되면 전국 30여 개 케이블카·곤돌라 사업자들은 모두 재허가 심사 대상이 된다. 특히 국유지 기반으로 운영되는 사업은 공공 기여율·사용료·안전·접근성 평가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며,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면허가 자동 취소된다.
이는 곧 지방자치단체의 관광 인프라 운영 방식에도 변화와 투명성 압력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케데헌’으로 상징되는 한류 관광 붐은 단순한 흥행이 아니라, 공공 자산의 소유와 관리, 그리고 공정한 접근권에 대한 사회적 경고로 읽힌다. 남산 케이블카의 63년간 독점으로 이어져 온 관행의 틀을 깨지 않는다면, 남산의 문제는 서울만의 부끄러움이 아니라 대한민국 행정의 구조적 부패로 남게 될 것으로 향후 전망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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