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 내 스마트폰 사용 허용이 복지 향상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결국 보안의 구멍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은 최근 마약 밀수 및 유통 혐의로 76명을 검거했으며, 그중에는 20대 현역 해군 상병이 포함돼 파문이 일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A씨(20세)는 올해 4월 휴가 기간 중 태국으로 출국해 ‘샴푸’ 용기로 위장된 액상 대마를 국내로 들여오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친구 B씨에게도 동일한 범행을 제안했고, B씨는 대마 약 10kg을 여행가방에 숨겨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려다 세관 단속과 CCTV 영상 분석에 의해 적발됐다. A씨는 부대 내에서 무단 반입한 스마트폰을 이용해 해외 공급책과 연락을 주고받았으며, 범행 계획과 자금 흐름을 조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에서 검거된 피의자 76명 중에는 밀수입 3명, 판매 45명, 투약 28명이 포함돼 있으며, 대부분이 20~30대 초반의 사회 초년층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마약 전과가 없는 젊은 층이 상위 공급망으로 유입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온라인 메신저와 가상자산 송금을 통한 신종 유통 수법이 군 내부까지 침투한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스마트폰 사용 확대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병영 내에서 스마트폰 반입을 허용한 이후 통신 보안 통제가 느슨해졌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으며, 실제 군 검찰도 최근 몇 년 사이 병사들의 도박, 음란물 유포, 명예훼손 등 디지털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또한 현행법상 현역 군인의 해외 출국에는 상급자의 허가가 필요하지만, 무단 출국이 발생하더라도 사실상 징계 수준의 행정 처분에 그치는 등 실질적인 통제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드러났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해군 광역수사대로 이첩하고, 국방부와 해군본부에 병영 내 스마트폰 관리체계 강화 및 출입 통제 재정비를 권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군 보안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반의 디지털 관리체계 부실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한다. 한 보안 전문가는 “스마트폰은 단순한 복지 수단이 아니라 범죄 통로가 될 수 있는 양날의 검”이라며 “병영 복지정책은 반드시 통신보안, 기기 반입관리, 데이터 추적 시스템과 함께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온라인 마약 거래 단속 강화를 위해 가상자산 추적 전담팀을 신설하고, 해외 메신저 기반 유통망에 대한 국제 공조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은 병영의 디지털화가 새로운 복지의 상징이 될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보안 붕괴라는 치명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경고로 남게 됐다.
BEST 뉴스
-
[단독] 환율 미쳤다…미국 공항서 달러당 2100원에 거래 중
미국에서 1달러를 매입하려면 한화를 2000원 이상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만큼 원화 가치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일러스트=픽사베이 13일 미국 캘리포니아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LA LAX공항 내부 환전소에서 교민들이 달러를 구입할 ... -
올림픽대로 끝자락 ‘스테이지28’ 민간 표지판이 9개나?
서울 강동구 고덕동, 올림픽대로의 끝자락을 달리다 보면 눈에 띄는 표지판이 있다. KB뉴스영상 화면 갈무리 출처=KBS ‘3차로로 진입하세요’라는 안내 바로 옆에 ‘스테이지28 방향’이라는 글씨가 붙어 있다. 분기점에도, 진입로에도, 측도에도 같은 표지판이 반복된다. 세어보니 ... -
가평 크리스탈밸리CC서 카트 추락…70대 근로자 사망
18일 오후 1시경 경기도 가평군 상면 대보리 소재 크리스탈밸리 컨트리클럽(CC) 내 도로에서 작업용 카트가 5미터 아래로 추락해 70대 근로자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즉시 구조에 나섰으나, 두 사람 모두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된 뒤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사... -
김건희 ‘판도라 폰’ 공개되자… 도이치 공범 이준수 추적, 행방 묘연
김건희 여사의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가 공개되면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숨은 인물’로 지목돼온 56세 이준수 씨의 실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8월1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사... -
[단독] FDA에 이름 오른 '에이피알'… 'K-뷰티 신화'에 드리운 먹구름
에이피알(APR) 김병훈 대표 사진=연합뉴스 ‘메디큐브(Medicube)’로 대표되는 에이피알(APR)은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 K-뷰티의 새로운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에이피알을 이끄는 김병훈 대표는 ‘디지털 감각’과 ‘공격적 마케팅’으로 SNS 중심의 브랜드 확산 전략을 ... -
매크로 예매는 불법인데… 티켓베이는 왜 처벌받지 않나
티켓구매 (CG) [연합뉴스TV 제공] 프로야구와 인기 가수 공연 티켓을 자동 프로그램(매크로)으로 대량 예매해 되판 업자들이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경찰은 최근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프로야구 입장권을 무더기로 예매한 일당을 검거했다. 이들은 초당 수백 회 클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