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대형마트 수수료 하락에도 ‘비용은 다른 이름으로 증가’
- 장려금·광고비·정보제공료까지… 공정위 통계와 현장 괴리
공정거래위원회(주병기 위원장)가 발표한 ‘2025년 대형 유통업체 판매수수료율 등 유통거래 실태조사’ 결과, 대형마트와 온라인쇼핑몰을 중심으로 실질 판매수수료율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가 2011년부터 매년 수수료율을 조사·공개하며 인하를 유도해 온 정책 효과가 수치상으로는 확인된 셈이다.
그러나 정작 납품업체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수수료는 내려갔다는데 실제 부담은 줄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공정위 통계와 현장 체감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는 이유는 수수료 인하가 전체 거래 비용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사 결과 백화점과 아울렛·복합쇼핑몰의 실질 수수료율은 각각 전년 대비 0.1%p, 0.2%p 소폭 하락했다. 대형마트와 온라인쇼핑몰은 각각 1.4%p, 1.8%p로 하락 폭이 컸다. 반면 TV홈쇼핑은 0.4%p 상승했다.
다만 공정위는 온라인쇼핑몰 업태의 경우 전년도 조사 대상이었던 쿠팡과 롯데i몰이 제외되고, 올해 올리브영(온라인)이 신규 포함되면서 전년 대비 수치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단순한 ‘수수료 인하 효과’로 해석하기에는 통계적 제약이 있다는 설명이다.
규모별로 보면 중소·중견 납품업체는 대기업 납품업체보다 평균 3.2%p 높은 실질 수수료율을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4.2%p)에 비해 격차는 다소 줄었지만, 전문판매점(7.2%p), 온라인쇼핑몰(6.2%p), 아울렛·복합몰(5.7%p), 대형마트(5.2%p) 등 주요 업태에서는 여전히 큰 차이가 유지됐다.
공정위도 “중소 납품업체가 더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경향이 지속되고 있다”고 인정했다.
수수료 인하가 체감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는 직매입 거래 확대에 따른 비용 구조 변화가 꼽힌다. 직매입 거래에서는 형식상 판매수수료가 존재하지 않지만, 납품업체는 판매 촉진을 명목으로 판매장려금을 부담한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쇼핑몰의 거래금액 대비 판매장려금 비율은 2020년 1.6%에서 2024년 3.5%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역시 완만하지만 증가 추세를 보였다. 수수료는 줄었지만, 비용이 다른 이름으로 이전된 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광고·홍보비 등 판매촉진비도 납품업체 부담을 키우는 핵심 요소다. 온라인쇼핑몰의 판매촉진비 부담 비율은 거래금액 대비 4.8%로 조사 대상 업태 중 가장 높았다. 편의점(2.8%), 대형마트(2.6%)도 적지 않은 수준이다.
형식적으로는 선택 비용이지만, 실제로는 노출 순위, 기획전 참여, 검색 결과 반영 등과 연동되는 경우가 많아 납품업체 입장에서는 사실상 필수 비용으로 인식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조사에서 공정위는 처음으로 ‘정보제공수수료’를 별도 항목으로 공개했다. 이는 유통업체가 판매 데이터나 소비자 동향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납품업체로부터 받는 비용이다.
공정위는 “유통업체별 편차가 크다”고 설명했지만, 납품업체 입장에서는 새로운 고정 비용이 추가된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 결과를 두고 “수수료 인하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전체 비용 구조를 보지 않으면 착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판매수수료는 낮아졌지만, 판매장려금·광고비·정보제공수수료 등 수수료 이후의 비용이 늘어나면서 납품업체의 실질 부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협상력이 약한 중소 납품업체일수록 이러한 비용을 거절하기 어려워, 수수료 인하 효과가 균등하게 전달되지 않는 구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위는 이번 실태조사를 토대로 판매수수료뿐 아니라 판매장려금, 광고·홍보비, 정보제공수수료 등 납품업체 부담을 키우는 항목 전반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온라인쇼핑몰 분야에서 판매장려금과 판촉비 부담이 빠르게 증가한 점을 지적하며, 부당한 경제적 이익 수취나 비용 전가 행위가 있는지 면밀히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수수료와 달리 판매장려금이나 정보제공수수료 등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상한 규제나 금지 규정이 없는 만큼, 공개와 감시를 넘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향후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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