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국 후 지연 통보·형식적 쿠폰 보상에 분노 폭발…승객 61명 집단 소송
태국 방콕에서 인천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항공편이 부기장의 건강 문제를 이유로 당일 통보 후 6시간 42분 지연된 사건을 둘러싸고, 승객들이 집단 손해배상 소송에 나섰다.
항공 안전을 이유로 든 회사의 해명과 달리, 사전 인지 가능성에도 출국 이후에야 이뤄진 통보, 취약 승객 보호 부재, 실질성이 떨어지는 쿠폰 보상, 조정 거부까지 이어진 대응이 “대표 항공사답지 않다”는 거센 비판을 낳고 있다.
문제가 된 항공편은 지난 4월 16일 태국 수완나품 국제공항에서 현지 시각 오전 9시 50분 출발해 같은 날 오후 5시 20분 인천국제공항 도착 예정이던 KE660편이다.
그러나 승객들은 공항에 도착해 출국심사를 마친 뒤에야 카카오톡을 통해 출발 시각이 오후 3시 40분으로 변경됐다는 통지를 받았다.
당시 대한항공은 지연 사유를 ‘운항 사정’으로 안내했지만, 탑승 게이트에는 “Crew change (crew health condition)”라는 문구가 부착돼 승무원 건강 문제가 실제 사유였음을 알렸다.
당시 탑승 예정자 가운데는 임신 35주차 만삭 임산부, 89세 고령 승객, 열감기로 장시간 대기가 어려운 승객이 포함돼 있었다. 대한항공이 제공한 조치는 공항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식사 쿠폰이 전부였다.
아이 돌봄이나 휴식이 필요한 승객들은 다른 식당이나 라운지를 이용할 수밖에 없어 자비 부담이 발생했다. 항공편은 결국 자정에 가까운 밤 11시 48분 인천에 도착했다.
현장에서 대한항공 운영팀장은 “부기장이 출발 전날 저녁부터 아팠고, 대기조의 법정 휴식시간 확보가 필요해 지연됐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승객들은 “전날부터 이상이 있었다면 출국 전 사전 공지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항의했지만, 명확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사전 인지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탑승 직전 통보를 택한 판단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사후 보상 역시 논란을 키웠다.
대한항공은 “안전 운항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8만 원 상당의 전자 우대할인권을 제시했지만, 타인 양도 불가, 자사 지점·영업소 사용 한정 ,항공권·부가서비스·로고숍 할인에만 적용 등 제약이 많은 쿠폰이었다.
승객들 사이에서는 “정당한 사과와 설명 대신 마케팅용 쿠폰으로 입을 막으려는 것이냐? 는 반발이 나왔다.
결국 A씨 등 61명은 지난 7월 서울서부지법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승무원 확보와 대체 인력 운용은 항공사의 지배·관리 영역”이라며, “예측 가능했던 내부 사유를 탑승 직전에 통보해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항공편 지연으로 계약 체결이 무산되거나 등교·업무 일정이 차질을 빚는 등 경제적 손실과 정신적 피해가 발생했다며 1인당 위자료 70만 원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조정에 회부했으나 대한항공은 “손해 방지 조치를 다했다”며 조정 의사 없음을 밝혀 결국 사건은 정식 재판으로 향하게 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반응은 격앙돼 있다. “이게 우리나라 대표 항공사 맞느냐”, “한국 승객을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제대로 쓰지도 못하는 쿠폰 몇 장으로 끝내겠다는 태도가 더 분노를 키웠다”, “무리한 요구도 아닌 정당한 사과와 보상을 요구했을 뿐인데, 소송까지 가게 만든 건 항공사의 대응”이라는 반응이 잇따랐다.
지연 자체보다 사후 대응과 태도가 집단 소송으로 번진 직접적 원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항공편 지연을 넘어, 대표 항공사로서의 책임 의식과 소비자 인식이 시험대에 오른 사건이다. 쟁점은 지연 그 자체가 아니라 사전 공지의 적시성, 대체 인력 운용, 취약 승객 보호, 실질적 보상, 그리고 분쟁 해결에 임하는 태도다. 여론은 이미 “이건 불운이 아니라 관리 실패”라는 판단에 기울어 있다.
대한항공이 이번 사안을 소송 리스크로만 치부한다면, 법정 판결과 무관하게 신뢰의 비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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