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저축은행(대표 장매튜)이 불법 임원 선임,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 고객 신용정보 유출 등 각종 위법 행위가 한꺼번에 드러나며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았다. 금융감독원은 과태료 10억 원을 넘는 제재와 함께 임직원 문책을 확정하며 “내부통제 전반이 심각하게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22일 공개한 제재 내용에 따르면, 페퍼저축은행은 임원 선임 결격사유가 있는 전직 상무보 2명을 2024년 6월 ‘이그제큐티브 리더(Executive Leader)’라는 직함으로 재선임했다. 이들은 과거 상호저축은행법 위반으로 감봉 제재를 받아 임원 취임이 제한된 상태였다.
금감원은 직함만 바꿨을 뿐 이들이 기존과 동일하게 부문을 통할하며 사실상 임원 업무를 수행한 점을 문제 삼았다. 이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을 정면으로 위반한 ‘꼼수 재선임’이라는 판단이다.
금융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도 중대한 위반 사항이 확인됐다. 페퍼저축은행은 2021년부터 비대면 신용대출 전산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여신거래약정서 등 필수 계약 서류를 고객에게 교부하지 않았다. 그 결과 2022~2023년 사이 3만7,043건의 대출 계약에서 약정서 대신 ‘신용대출 신청확인서’만 제공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출 금액이 1억 원을 초과하는 고액 대출자 3,918명에게는 추가 약정서조차 교부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됐다. 이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명시한 설명·교부 의무를 위반한 사례다.
고객 정보 보호에서도 허술함이 드러났다. 지난해 9월 페퍼저축은행은 소멸시효가 완성된 대출채권 소각 안내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과정에서 차주 56명의 이름과 신용정보가 담긴 내부 문서를 그대로 첨부했다. 해당 문서는 약 보름 동안 외부에 노출돼 개인정보 유출로 이어졌다.
내부통제 부실은 임원 보수 체계에서도 확인됐다. 현행 규정상 임원 보수는 보수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은 대표이사가 내규를 근거로 임원 24명의 보수를 28차례에 걸쳐 임의로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이사의 성과급과 주택수당 역시 위원회 의결 없이 개별 계약으로 지급됐다.
금융감독원은 “불법 임원 선임, 소비자 보호 의무 위반, 개인정보 관리 소홀 등 위법 행위가 광범위하게 확인됐다”며 페퍼저축은행에 과태료 10억6000만 원을 부과하고 관련 임원에게 문책경고 등 중징계를 확정했다.
금융권에서는 “법이 정한 최소한의 내부통제 장치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저축은행 업계 전반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이번 사안을 계기로 강도 높은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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