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최전방 GOP(일반전초)에서 이등병 김모 씨가 집단 괴롭힘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일어난 후 가해자가 '사고사'로 위장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군 당국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B하사가 본인 과오를 덮기 위해 사건을 허위로 보고해 부대 지휘와 수사에 혼선을 초래했는데도 군사경찰은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B 하사를 군형법상 허위보고죄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B하사는 사고 발생 직후 총탄이 우의에 걸려 우발적으로 발사된 것처럼 보고했다가 이후 보고를 정정하면서 "두려운 마음에 허위보고했다"고 군사경찰에 진술했다.
김 이병 사건은 최근 민간 경찰로 이첩됐으며, B하사는 다른 상병 5명과 함께 김 이병을 괴롭힌 혐의(모욕·협박죄)로만 수사받고 있다. 군사법원법에 따르면 모욕협박죄는 군사경찰이 아닌 민간 경찰에서 수사하게 돼 있다.
군인권센터는 "병영 부조리에 의한 총기 사망 사건을 총기 오발 사고로 둔갑시키려 한 것은 매우 중대한 범죄"라며 "B 하사를 입건하지 않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에 육군은 "우의가 총기에 걸려 격발됐다는 내용이 언급된 바 있으나 이는 해당 하사가 사고 현장을 보고 임의로 추정해 상황보고한 것"이라며 "이후 사단에서 상황을 재확인해 최초 보고 이후 23분 만에 상급 부대로 '원인 미상 총상'으로 정정 보고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수사 결과 '허위 보고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고 직후 부대의 응급 대처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사고 당시 현장에 출동한 양구소방서 정보공개청구 답변서에 따르면 군의관이 A 이병에 대해 긴급 의료조치를 하는 동안 해안119지역대 구급차 등이 출동했으나 군부대의 통제로 신속하게 이동하지 못했다.
군인권센터는 "구급차와 순찰차가 부대 앞에 13분을 서 있었다"며 "익명 제보에 따르면 사고 당시 부대 내에서는 '누가 민간구급차를 불렀느냐'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목숨이 달린 순간에도 남몰래 사고를 처리하려던 군 내부의 고질적인 습성을 비판했다.
아울러 김 이병이 필수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로 GOP 경계근무에 투입되는 등 부실한 군부대 관리가 참사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김 이병은 지난해 9월 입대하고 부대에 배치한 뒤 한 달 내내 업무 미숙 등을 이유로 선임들에게 암기 강요, 폭언 등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이병의 부친은 "사고 발생 직후 최초 보고는 '사고사'였다"며 "그 허위보고 때문에 우리 가족은 지난 몇 달 동안 아이가 왜 죽었는지도 제대로 모른 채 혼란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화나는 것은 사람이 죽어가는 급박한 상황에서 구급차를 막은 것"이라며 "뭘 숨기려고 한 건 아닌지 한 점의 의혹 없이 진실을 밝혀달라"고 토로했다.
육군은 "구급 인력의 부대 출입이 통제됐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라며 "사고 장소는 내비게이션이 작동하지 않는 GOP여서 민간 경찰과 소방대원이 야간과 악천후에 직접 찾아오기 쉽지 않아 군 간부가 만나 함께 이동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간 앰뷸런스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논쟁은 없었으며, 119구급차를 의도적으로 막은 사실도 없다"고 해명했다.
육군은 "수사 결과 부대 관계자 20여 명에 대해 의법 및 징계 처리 예정"이라며 "8명은 강요·협박·모욕 등 혐의로 민간 경찰에 이첩했고 2명은 추가 조사 후 군검찰로 이첩할 예정이며 10여 명은 지휘·감독 소홀 등으로 법과 규정에 의거 처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심심한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사과의 말씀을 전하며 이와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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