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글로벌 기업이 한국 정부에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가운데, 이 지도 구축에 지난 30년간 6,7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북구 갑)이 국토교통부와 국토지리정보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축척 1:5,000 수준의 고정밀 지도는 1995년부터 전국 단위 구축이 시작됐으며, 2025년까지 누적 투입 예산은 약 6,700억 원에 이른다. 항공사진 촬영 및 기준점 측량 비용을 제외한 금액이며, 매년 약 300억 원의 갱신·유지 비용도 추가로 들어간다.
현재 전국 단위 고정밀 지도를 보유한 국가는 한국과 대만 두 곳뿐이다. 일부 지역 단위만 갖춘 나라를 포함해도 싱가포르, 스페인, 프랑스, 독일 등 극소수다. 반면 구글 맵 서비스가 제공되는 대부분의 국가는 1:50,000~1:25,000 수준에 머무른다.
정밀도가 평균 2m 이내인 1:5,000 고정밀 지도에는 도로, 건물, 지형고도 등 세부 지형지물이 표현된다. 이 데이터가 구글의 비보안 위성영상과 결합될 경우 국내 군사·보안 시설이 노출되고, 정밀 좌표 산출이 가능해져 군사 타격이나 드론 공격 등 전략적 활용 위험이 커진다. 이 때문에 그간 정부는 국외 반출을 엄격히 제한해왔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기업들이 고정밀 지도 반출을 요구하는 이유가 단순한 데이터 확보가 아니라 자율주행 시대 선점을 위한 전략적 포석이라고 분석한다. 고정밀 지도는 자율주행차 상용화의 핵심 인프라이자 막대한 산업적·경제적 가치를 지닌다. IT 인프라가 잘 갖춰진 한국을 테스트베드로 삼아 글로벌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한편, 구글코리아는 이달 초 블로그를 통해 “자사가 요청한 1:5,000 지도는 고정밀 지도로 분류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토지리정보원은 정 의원의 사실관계 확인 요청에 대해 “구글의 주장은 사실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의원은 “고정밀 지도 데이터는 30년간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된 소중한 국가 자원”이라며 “반출 여부를 둘러싸고 정부는 산업적 가치뿐 아니라 안보적 위험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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