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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은 덮고, 지분은 늘렸다”…한미약품 뒤흔든 대주주 리스크

  • 김세민 기자
  • 입력 2026.02.24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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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원 집단 시위·녹취 공개·2137억 차입 매수…‘인간존중’은 어디에

한미약품이 성비위 사건 처리 논란을 둘러싸고 대주주와 전문경영인 간 정면충돌에 빠졌다. 

 

내부 임원들은 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한미약품 기타비상무이사)의 사과와 경영 간섭 중단을 요구하며 본사에서 집단 시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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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본부장과 임원들이 23일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성명서를 발표하며 시위하고 있다./사진= 독자 제공

 

그 와중에 신 회장은 전액 차입 2137억원으로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추가 매수해 영향력을 키웠다. 성비위 논란과 지배력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는, 보기 드문 장면이다.


논란의 출발점은 팔탄공장 고위 임원의 성추행 의혹이다.

 

외부 공익 제보가 접수된 뒤 회사는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해당 임원은 공식 징계 없이 ‘자진 퇴사’로 정리됐고, 이후 광동제약으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한 성 비위 사안이 사실상 무처벌로 끝났다는 비판이 거세다.


박재현 대표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재택근무 및 분리 조치를 지시했지만 인사 명령이 무력화됐다”며 녹취를 공개했다. 

 

녹취에는 신 회장이 “그 사람이 여자 성폭행할 사람도 아니잖아”라고 말한 대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표는 대주주의 압박이 징계 절차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신 회장 측은 “두둔하거나 부당 개입한 사실이 없다”며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임원들의 성명은 더 직설적이다. “철저한 가해자 중심 성인지 감수성”, “전문경영인 체제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다”는 표현까지 동원해 대주주를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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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사진=SNS 갈무리)

 

피해자와  전 구성원에 대한 공식 사과, 불법·부당한 경영 간섭의 즉각 중단, 이사회의 제도적 견제 장치 마련을 요구했다.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이 내세운 ‘인간존중’과 ‘가치창조’ 정신이 훼손됐다는 점을 정면으로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타이밍이다. 갈등이 공개된 직후 신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주식 441만여 주를 장외에서 매수했다. 매입금 2137억원은 전액 차입. 개인 지분은 16.43%에서 22.88%로, 한양정밀 보유분을 합치면 29.83%에 이른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은 63.89%까지 상승한다.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배력 강화에 나선 셈이다. “전문경영 체제를 견제하려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과 주가 상승으로 전문경영 체제의 성과를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럼에도 성비위 처리 과정에서의 혼선과 대주주 개입 의혹, 그리고 차입을 동반한 지분 확대는 ESG의 ‘S(사회)’와 ‘G(지배구조)’를 동시에 흔들고 있다. 피해자 보호의 실효성, 이사회의 독립성, 대주주의 영향력 범위가 모두 도마 위에 올랐다.


핵심은 단순한 진실 공방이 아니다. 성비위가 발생했을 때 기업은 피해자 중심으로 신속·엄정하게 대응했는가. 대표의 인사권은 독립적으로 보장됐는가. 대주주의 힘이 원칙 위에 군림하지는 않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한미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다음 달 주주총회는 분수령이다. 전문경영 체제를 지킬지, 대주주 중심으로 재편될지 선택해야 한다. “성추행은 덮고, 지분은 늘렸다”는 비판을 잠재우려면, 말이 아니라 실행으로 답해야 한다. ‘인간존중’이 구호가 아니라 원칙임을 증명할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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