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까지만 해도 아웃라이어로 간주되던 지속 가능한 투자가 이제 전례 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구체적인 예로 이미 미국에서는 2021년 1분기에 지속 가능한 펀드가 미화 2조달러의 기록적인 투자를 유치했다.
산업 데이터 제공업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이렇게 환경과 사회, 지배 구조 개선을 의미하는 ESG (환경, 사회, 기업 지배구조) 투자 수요가 증가하면서 더 질 좋은 ESG 성과 데이터의 필요성도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각기 다른 업체에서 제공하는 기업의 ESG 평가가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일으킬 수 있으며 지속 가능한 투자 종목의 완전한 잠재성을 파악하기도 전에 투자자들이 물러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ESG 투자, 사회적 책임 투자라고도 말하는 지속 가능한 투자는 투자자들이 투자 결정을 내릴 때 기업의 재무 프로필과 함께 ESG 프로필도 함께 고려할 것을 요구하는 접근 방식이다. 추가 고려 요소에는 기업의 에너지 사용, 폐기물, 환경 오염부터 근무 환경, 공동체 참여, 이사회 구성원의 다양성까지 모든 것이 포함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다 보니 지속 가능성에 비중을 둔 투자자들이 최대 한계를 정하거나 석탄, 방위, 게임, 담배 같은 덜 ‘윤리적’인 종목에 투자를 꺼리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개념이 금융 세계에 도달한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다. ESG 투자라는 표현 자체가 유엔 글로벌 콤팩트에서 2004년에 실시한 획기적인 연구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승리한다(Who Cares Wins)’에 처음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업체들이 ESG 평가 등급을 매기는 방법에는 보편적인 기준도 흔히 받아들여지는 방법론도 존재하지 않는다.
KPMG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 세계에는 ESG 데이터를 제공하는 주요 업체가 30여 개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 업체들은 보통 ESG 점수를 낼 때 저마다 다른 측정 방식을 사용한다. 따라서 동일한 기업에 관해 업체마다 서로 다른 ESG 평가 등급을 내놓는 일도 드물지 않다. 예를 들어, 테슬라의 경우 MSCI ESG ratings에서는 평균으로 평가 받지만 Sustainalytics에서는 고위험으로 분류된다.
최근 이 문제를 다룬 새로운 연구가 발표됐다. 홍콩중문대 경영대학교 금융학과의 청쓰(Cheng Si) 조교수가 도론 아브라모프(Doron Avramov) IDC 허질리야 교수, 아브라함 리우이(Abraham Lioui) EDHEC 비즈니스 스쿨 교수, 그리고 안드레아 타렐리(Andrea Tarelli) 캐톨릭대학교 밀란교수와 공동으로 수행한 ESG 평가의 불확실성과 지속 가능한 투자(Sustainable Investing with ESG Rating Uncertainty)라는 연구다.
이번 연구에서 청 교수와 공동 저자들은 2002년부터 2019년까지의 미국 주식을 이용해 자신들의 가설을 시험하고 주요 ESG 평가 업체 여섯 군데의 평가를 조사했다. 연구진은 ESG 평가에 관한 기존 연구와 마찬가지로 여러 ESG 평가 업체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업체별로 다른 평가가 혼란을 야기하고 지속 가능한 투자가 더 위험해지며 투자자 수요가 감소하는 것을 밝혀냈다.
◇평가 불일치
청 교수는 “ESG 정보를 보고, 측정, 해석하는 방법에 합의가 부족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많은 ESG 데이터가 존재한다. 따라서 데이터를 감당하기 힘들거나 당황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투자자들이 기업의 진정한 색깔이 녹색인지 갈색인지 아니면 그 사이인지 찾아내기 어려울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현실은 지속 가능한 투자에 대한 투자자의 의욕으로 되돌아가 영향을 미치게 된다. ESG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가 투자할 주식의 지속 가능성을 확신하지 못한다면 투자를 진행하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될 것이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여섯 개 ESG 평가 업체의 데이터를 이용해 연구진은 각 주식의 ESG 점수를 산출하고, ESG 평가의 불확실성을 계산하기 위해 여섯 개 업체의 ESG 점수 차이를 측정할 점수도 만들었다. 그 결과, 평균적인 평가 연관성은 0.48점에 불과했으며 평균 ESG 평가 불확실성은 0.18점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이는 한 데이터 제공업체에서 하위 1/3로 선정된 기업이 다른 업체에서는 백분위로 59위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점수를 이용해 연구진은 ESG 평가가 일치하지 않는 것이 기관 소유자가 특정 주식에 투자하는 것, 그리고 시장에서 해당 주식의 실제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세 가지 눈에 띄는 유형의 투자자를 고려했다. 첫 번째는 연금 기금, 대학, 기부 재단과 같은 조직이다. 이런 조직은 헤지펀드와 같이 수익 창출에 더 관심을 보이는 다른 기관 투자자들과 비교했을 때 사회적 책임 투자에 참여하는 등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기준에 따라 투자를 제한한다.
연구진은 이렇게 투자 기준이 더 제한적인 기관이 사실상 녹색 기업에 더 호의적이며 ESG 평가가 업체마다 크게 다른 주식은 보유할 가능성이 낮은 것을 알아냈다. ESG 점수가 가장 높은 기업의 경우 기준에 따라 제한적으로 투자하는 기관에서 평균적으로 22.8%의 주식을 보유했는데, 이런 수치는 역시 각기 다른 업체에서 내놓은 평가가 높은 수준으로 일치할 때로 한정됐다. 여러 업체의 ESG 평가가 낮은 연관성을 보이면 기관의 보유 정도도 18.1%로 낮아졌다.
반면 헤지펀드는 평균적으로 갈색 주식(브라운 스톡)에 더 투자하고, 평가 불확실성도 주로 갈색 주식 보유에 영향을 미쳤다. 이번 연구에서 ESG 점수가 가장 낮았던 기업들의 경우 업체별로 ESG 점수가 상당히 일치할 때 헤지펀드에서 평균 15.7% 주식을 보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시 에이전시마다 평가가 서로 달라져 연관성이 부족할 경우 해당 수치는 13%로 떨어졌다. 따라서 연구진은 평가 불확실성이 각자 선호하는 투자 후보는 다르더라도 대부분의 투자자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을 내렸다.
또 ESG 성과를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둔 기업은 투자자들에게 금전이 아닌 이득을 제공하기 때문에 투자 대비 낮은 수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예상은 항상 맞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갈색 주식은 ESG 평가의 모순이 낮을 때에만 항상 녹색 주식(그린 스톡)을 능가하는 성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기 다른 ESG 평가 업체 사이에서 높은 수준으로 일치된 평가가 나올 경우 갈색 주식은 녹색 주식보다 절대 수익률에서는 매월 0.59%, 위험 조정 수익률에서는 매월 0.40% 앞섰다. 하지만 업체마다 ESG 평가가 크게 다를수록 기업의 ESG 성향과 주식 성과 사이에는 확실한 연관성이 보이지 않았다.
◇시장에의 영향
마지막으로 이번 연구에서는 애매모호한 ESG 평가가 전체 주식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평가가 매우 혼란스러울 때 마켓 프리미엄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주식 시장 참여가 줄어들고 ESG에 민감한 투자자의 경제적 복지가 줄어들었다.
가장 큰 피해를 받는 것은 녹색 주식이었다. 기업 운영 면에서 더 책임감 있는 길을 선택한 기업은 자사의 ESG 프로필과 에이전시의 평가가 동일하지 않을 때 불균형적으로 불이익을 받았다. 이는 해당 기업의 현금 투자 유치 역량이 더 제한되는 것으로 이어지고 실질적인 사회적 영향을 발생시키게 된다.
청 교수는 “기업의 ESG 프로필에 관한 불확실성에 직면하면 투자자는 ESG 투자를 중단하거나 기업의 ESG 사안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전반적으로 이번 연구 결과는 자산 배분과 투자자 복지, 자산 가격 책정 등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청교수와 연구진은 평가 불확실성에 의해 ESG 투자에 발생하는 불리한 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ESG 성과에 대해 더 솔직한 보고서를 공개할 것을 제안했다. 또 ESG 평가 업체도 측정 업무 방식과 방법론을 추가로 공개하고 설명하라고 조언한다. 더불어 연구진은 ESG 성과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에 관해 더 많은 대중적 논의가 진행되면 ESG 평가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청 교수는 “지속 가능한 투자가 증가하고 있으므로 ESG 평가의 불확실성이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이 점점 더 두드러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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