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킹 사태에 보조금 기대감까지…11년 만의 통신시장 격변 예고
“단말기유통법(단통법)이 폐지되면 통신사를 바꾸겠다”는 이용자가 3명 중 1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사 간 보조금 경쟁이 재점화될 경우, 11년 만에 대규모 번호이동 시장이 열릴 가능성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4월 발생한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로 무너졌던 고객 충성도는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신뢰 회복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다.
이동통신 전문 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는 지난 7월 11일부터 15일까지 전국 14~64세 휴대폰 이용자 3187명을 대상으로 ‘통신사 전환 의향’과 단통법 폐지에 따른 소비자 심리를 조사해 23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통신사 전환 의향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는 17% 수준에 그쳤지만, SKT 유심 해킹 사태 직후(5월) 1차 조사에서는 28%까지 치솟았다. 이후 6월 2차 조사에서도 31%로 유지되다가, 이번 3차 조사에서는 25%로 소폭 하락하며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특히 SK텔레콤의 충성도 하락은 더욱 두드러졌다. 사태 전만 해도 전환 의향이 10% 남짓에 불과했던 SKT 이용자들은 해킹 사태 이후 최대 34%까지 번호이동 의향을 보였다. 이후 25%까지 내려왔지만, 여전히 사태 이전 대비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KT(22%)나 LG U+(26%)와 비슷한 ‘평균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다만, 주목할 부분은 SKT뿐 아니라 타 통신사와 알뜰폰 이용자의 이탈 의향도 동반 상승했다는 점이다. SKT 사태로 촉발된 ‘보안 불신’이 업계 전반으로 번졌다는 방증이다.
오는 7월 22일 폐지를 앞둔 단통법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는 낮았다. 폐지 사실을 알고 있다는 응답은 절반에 그쳤지만, 기대 심리는 높았다. 응답자의 42%가 폐지에 찬성, 반대는 6%에 불과했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을 제외하면 찬성 비율은 88%에 달했다.
폐지 기대 요소로는 △단말기 가격 인하(47%), △보조금 경쟁 재개(42%) 등이 꼽혔고, 우려 요소로는 △고가 요금제 유도(38%)와 △소비자 간 차별 심화(31%)가 지적됐다.
가장 큰 변화는 ‘보조금 경쟁이 활발해질 경우 통신사를 바꾸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응답에서 확인됐다. 전체 응답자의 32%가 번호이동 의향이 있다고 밝혀, 단통법 시행 이전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특히 올 하반기 휴대폰 구매를 예정한 응답자 중 절반에 가까운 47%가 번호이동을 고려 중이라는 응답도 나왔다.
유심 해킹 사태로 큰 충격을 받았던 SKT는 다소 안도할 만한 결과도 나왔다. 이용자 만족도는 사태 직후 34%까지 급락했지만, 2차(40%), 3차 조사(44%)를 거치며 완만하게 회복 중이다. LG U+(62%), KT(54%)보다는 여전히 낮지만,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다는 평가다.
그러나 ‘보안 만족도’ 항목에서는 여전히 고전 중이다. SKT 이용자 중 해당 항목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23%에 그쳤고, KT와 LG U+는 50% 이상으로 월등했다.
‘가장 이용하고 싶은 통신사’ 항목에서는 SKT가 21%로 KT(20%)를 근소하게 제치며 1위 자리를 회복했다. 하지만 사태 직후 17%까지 떨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원상회복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단통법 폐지를 앞두고 소비자의 기대심리는 이미 들끓고 있다. 해킹 사태로 인한 충성도 하락, 보조금 경쟁 재개 가능성 등이 맞물리며 ‘11년 만의 대이동’이 현실화될 조짐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소비자도 통신사 브랜드보다 혜택과 실익을 우선시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며 “보조금 카드 하나로는 더 이상 충성심을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원점에서 다시 신뢰를 쌓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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