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발생하는 여성폭력 사건에 대응해 경찰과 검찰이 뒤늦게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피해자 보호는 여전히 허술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여성의전화는 19일 성명을 내고 “여성폭력 범죄 피해자들이 역고소와 제도적 허점 속에서 또다시 고통받고 있다”며 “여성가족부가 피해자 보호와 정책 기조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10일 경찰청은 잇따른 교제폭력 사건 이후 ‘교제폭력 대응 매뉴얼’을 전국에 배포하고, 재범 위험성 평가 제도를 활용해 구속영장 신청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둘째 주에만 43건의 분석이 이뤄졌고, 이 중 11건의 영장이 발부됐다. 그러나 한국여성의전화는 “수많은 여성이 살해당한 뒤에야 수사기관이 움직였다”며 “늦장 대응이 피해자들의 현실을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부산에서는 전 연인에게 폭행당한 여성이 전치 6주의 상처를 입고도 저항하지 못했다. 과거 폭행 사건에서 가해자가 “나도 맞았다”고 주장하면서 경찰이 쌍방폭력으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피해자는 스토킹 가해자가 역고소를 하자, 오히려 지원이 중단되는 현실을 겪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가해자의 맞고소가 피해자 괴롭히기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제도적 보완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피해자 정보 보호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지난달 서울에서는 스토킹 피해자의 주소가 담긴 통보서가 가해자의 휴대전화로 발송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고, 부산에서는 성폭력 가해자의 출소 사실을 검찰이 피해자에게 3개월 넘게 알리지 않아 피해자가 공황장애를 겪었다. 당국은 ‘담당자의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피해자들의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여성폭력 대응의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는 그간 사실상 ‘관외(官外)’에 머물렀다는 비판도 나온다. 스토킹범죄 대응 협의회가 지난 2022년 신당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출범했지만, 여가부가 참석한 것은 지난 6차 회의가 처음이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여가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동안 수많은 여성이 살해당하거나 위험에 처했다”며 “여성폭력 근절의 컨트롤타워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지명된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당사자와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이 되고 제도로 이어질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의전화는 “여성폭력 피해 이후 이어지는 역고소 문제와 수사기관의 실수를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여가부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BEST 뉴스
-
강남 똑똑플란트치과, 결국 터질게 터졌다 …노동부 특별감독 착수
서울 강남구 대형 임플란트 전문 치과인 똑똑플란트치과에서 수년간 비정상적인 근로 관행과 직장 내 괴롭힘이 벌어졌다는 의혹이 확산되며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했다. 이번 사안은 입사 이틀 만에 퇴사한 직원에게 180만원을 배상하라는 내용증명이 발송되면서 시작됐다. 해당 사실이 온라... -
'반성문 강요·3시간 대기·사후관리 실종'…논란 확산하는 똑똑플란트치과
강남의 한 치과를 둘러싼 논란이 점차 확산 일로를 걷고 있다. 직원들에게 수백 줄짜리 반성문 작성, 면벽 서기, 고성·욕설이 반복됐다는 내부 제보가 불거져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한 데 이어, 이번에는 환자들의 시술 불편·사후관리 부재·비용 논란이 잇따라 제기되며 파문이 다시 커지고 있다. ... -
“시대인재” 저작권 무단 사용…문저협 가처분·형사 고소 강행
국내 최대 문학·예술 저작권 관리 단체인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문저협)가 대치동 대형 입시학원 ‘시대인재’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형사 고소 절차에 들어갔다. '교육 목적을 명분으로 참고서·문학 지문을 무단 발췌하고 출처를 누락하는 사교육 시장 관행을 더는 ... -
장경태 ‘성추행 공작’ 논란…모자이크 해제 영상 공개되며 공방 격화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을 둘러싼 이른바 ‘성추행 의혹 영상’ 파문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최근 온라인을 통해 모자이크 처리되지 않은 원본 영상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사건의 실체를 둘러싼 공방이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문제가 된 영상은 약 1년 전 촬영된 술자리 장면으로, 일부 언론과 온라인 커뮤니티... -
‘매우 혼잡’ 대한항공 라운지…아시아나 승객까지 쓴다고?
#. 16일 대한항공 비즈니스석을 타고 인천에서 시드니로 떠난 대한항공 고객은 이날 대한항공 앱에서 2터미널 라운지 혼잡 정도를 검색했다가 깜짝 놀랐다. 2터미널에 있는 3개의 대한항공 라운지가 전부 빨간색으로 표기되며 ‘매우 혼잡’이라고 경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새롭게 연 ... -
[단독] “이런 양아치는 본적도 없다” 62~68만원에 팔고 102~153만원 내라는 여행사
하나투어 CI [하나투어 제공] 국내 최대 여행사 하나투어가 과도한 추가 비용을 요구하면서 구설수에 휘말렸다. 기존에 결제한 요금의 2~3배 가량을 요구하자 누리꾼들은 “해도 너무한다”며 하나투어를 비판하고 있다. 기업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무리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