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그룹이 연이어 불거진 공시 누락 의혹과 순환출자 논란으로 지배구조의 투명성 문제에 직면했다. 경제개혁연대가 제기한 ‘20년간 의결권 제한 조건 공시 누락’ 사건에 이어, 최근 코메랜드 인수 과정에서 숨겨져 있던 DB 지분 262만 주가 드러나면서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된 것이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김준기 전 회장은 2004년 8월 장남 김남호 명예회장과 차녀 김주원 부회장에게 동부정밀화학(현 ㈜DB) 지분을 증여하면서 “20년간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붙였다.
형식상 김남호 명예회장이 최대주주로 등극했으나, 해당 지분은 2024년까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실질적인 경영권은 김 전 회장이 유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대량보유 보고서와 이후 공시에는 이 조건이 기재되지 않았다.
자본시장법은 5% 이상 지분 보유 시 주요 계약 사항을 반드시 공시하도록 규정한다. 경제개혁연대는 “20년간 반복된 누락은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렵다”며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했다.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법 위반이 인정될 경우 정정 요구, 거래 제한, 임원 해임 권고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으며, 고의성이 드러나면 과징금 부과, 최대 5년 이하 징역형, 2억 원 이하 벌금형까지 가능하다.
경제개혁연대는 또 “DB그룹은 1990년대부터 사전 증여를 통한 승계 전략을 반복해왔으며, 다른 계열사에서도 유사한 조건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DB그룹은 이번 사안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이 와중에 지난달 DB월드건설이 철도공사 업체 코메랜드를 인수하면서 뜻밖의 문제가 불거졌다. 코메랜드가 보유해온 DB 지분 262만 주(약 1.3%)가 DB그룹 내부로 유입되면서 ‘DB→DB하이텍→DB월드→코메랜드→DB’의 순환출자 구조가 생겨난 것이다.
공정거래법상 순환출자는 6개월 내 해소해야 하며, DB그룹은 해당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다. 물량이 적지 않은 만큼 블록딜이 유력하며, 매수자는 오너 일가, 외부 투자자, 금융 계열사 등이 거론된다. 다만 금융사는 의결권 행사에 제한이 있어 지배구조 영향은 제한적이다.
이번 두 사건은 성격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DB그룹의 지배구조 불안정성과 투명성 결여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연결된다. 공시 누락은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를 흔드는 문제이고, 순환출자는 오너 일가가 지분을 어떻게 확보·유지할 것인지와 직결된다.
특히 262만 주 지분 매각의 향방은 향후 부자 간 경영권 구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DB그룹은 “코메랜드 인수는 철도공사업 분야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전략적 선택일 뿐, 오너 일가 지분 확보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연이은 논란은 DB그룹이 향후 지배구조 개편과 투명성 강화라는 과제를 피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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