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대표하는 공공 동물원에서, 13년을 시민들과 함께해 온 시베리아호랑이 ‘미호’가 관리 부실로 추정되는 사고 끝에 숨졌다.
단순한 맹수 간 충돌이 아니라,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서울대공원이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이영실 의원(더불어민주당·중랑1)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미호는 지난 18일 오후 4시 15분경 맹수사 A동 내부 방사장에서 수컷 ‘금강’과 싸움을 벌이다 심정지로 폐사했다.
내부 조사 결과, 금강을 방사장으로 들이는 과정에서 내실에 있던 미호가 먼저 내부 방사장으로 나온 뒤 금강까지 같은 공간에 들어오면서 즉각적인 충돌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맹수 관리의 기본인 ‘공간 분리’와 출입 통제 절차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정황이다.
CCTV에는 금강이 방사장에 진입하자마자 미호에게 빠르게 접근해 공격하는 장면이 담겼다. 약 4분간 목덜미를 물고 놓지 않는 상황이 이어졌고, 사육사들이 고압 호스로 물을 뿌리고 대나무 막대로 제지했지만 치명상을 막지 못했다.
진료팀이 도착해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으나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특히 맹수 입·방사 업무는 2인 1조로 진행하도록 지침이 마련돼 있음에도, 사고 당시 담당 사육사들은 각자 구역을 나눠 1인 체계로 작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근무 여건상 1인 체제로 운영한 경우가 있었다”, “마감 시간대에는 신속한 입·방사를 위해 1인 체제가 많았다”는 진술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관행이 안전 원칙을 대신했고, 그 결과는 돌이킬 수 없는 죽음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미호는 단순한 전시 동물이 아니었다. 서울대공원 관계자에 따르면 사람을 좋아하고 애교가 많아 먼저 다가와 눈을 맞추던 개체였다. 온순하면서도 겁이 많은 성격 탓에 여름철 스프링클러를 무서워하는 모습은 관람객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일화다.
13년 동안 맹수사를 지키며 수많은 시민들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해 온 존재. 그런 미호가 단 4분 만에 생을 마감했다.
서울대공원 측은 두 개체가 같은 동을 사용하게 된 경위와 정확한 이동 동선에 대해 “조사 결과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본적인 문단속과 교차 확인 절차만 지켜졌어도 막을 수 있었던 사고 아니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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