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가 국내 거래소 고팍스(GOPAX) 인수를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최종 승인받았다. 그동안 ‘업비트-빗썸’ 중심으로 굳어져 있던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FIU는 지난 15일 바이낸스의 고팍스 대주주 변경을 승인했다. 바이낸스는 2023년 고팍스 지분 67.45%를 확보하며 인수를 추진했지만, 창펑 자오 전 CEO의 사법 리스크와 자금세탁방지(AML) 체계에 대한 금융당국의 우려로 절차가 지연돼 왔다. 그러나 최근 창펑 자오 전 CEO 관련 소송이 일단락되고 내부 통제 시스템이 보완되면서, 약 2년여 만에 공식적으로 한국 시장 재진입의 길이 열렸다.
FIU 관계자는 “고팍스 대주주 변경을 승인했다”며 “절차적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바이낸스는 공식적으로 한국 내 영업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바이낸스의 복귀는 국내 시장 구도를 뒤흔들 만한 파급력을 지닌다. 전 세계 이용자만 2억9천만 명이 넘고, 하루 거래량은 업비트와 빗썸을 합친 규모를 뛰어넘는다. 수수료 정책 또한 파괴적이다. 업비트와 빗썸이 원화마켓 기준 0.05% 수준의 거래 수수료를 받고 있는 반면, 바이낸스는 등급별로 0.01%대의 초저가 수수료를 적용하고, 자체 토큰 BNB로 결제할 경우 추가 할인을 제공한다. 업계에서는 “고팍스가 이러한 수수료 정책을 도입할 경우, 수수료에 민감한 투자자들이 대거 이동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거래 종목의 다양성도 압도적이다. 바이낸스는 400개 이상의 코인을 상장 중으로, 업비트(약 190개), 빗썸(약 200개)과 비교하면 두 배 수준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는 신규 코인들이 고팍스를 통해 빠르게 상장될 경우, 국내 거래소 중심의 폐쇄적 구조에도 균열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수는 고팍스의 예치상품 ‘고파이(GOFi)’ 피해자 구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겨레 등 주요 언론은 “바이낸스가 고팍스의 부채를 함께 인수하는 조건으로 거래가 진행됐다”며 “동결된 자산의 회수와 피해 복구가 속도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규제 환경은 여전히 쉽지 않다. 국내 거래소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를 확보해야 하는데, 고팍스는 현재 전북은행과 제휴 중이다. 대형 은행과의 추가 협력이 이뤄져야 본격적인 시장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내에서는 파생상품 거래가 금지되어 있어, 바이낸스가 주력으로 삼아온 글로벌 파생상품 사업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업계의 관심은 오더북(호가창) 통합 허용 여부에 쏠려 있다. 만약 금융당국이 이를 허용한다면, 국내 투자자들도 고팍스를 통해 바이낸스의 글로벌 유동성 풀을 직접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사실상 ‘바이낸스 코리아’ 직영 체제에 준하는 효과를 내며, 국내 거래소의 경쟁 구도를 단숨에 바꿀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승인으로 바이낸스는 2년 만에 한국 시장의 문을 다시 열었다. 세계 최대 거래소의 복귀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경쟁 구도를 근본적으로 재편시킬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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