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계올림픽 단복에 담긴 각 나라의 취향과 자존심
- 아르마니부터 노스페이스까지, 설원 위에 펼쳐진 패션 경쟁
올림픽은 기록으로 남지만, 기억은 종종 옷에서 시작된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각국 선수단의 단복이 공개되며, 설원 위 경쟁에 앞서 또 하나의 무대가 조용히 열리고 있다.
경기장 밖에서 펼쳐지는 이 경쟁은 메달이 아닌 문화와 미감, 그리고 각 나라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다.
차가운 겨울을 견디기 위한 기능성은 기본이다. 그러나 그 위에 얹히는 색과 선, 질감과 상징은 모두 다르다. 단복은 이제 단순한 유니폼이 아니라, 선수들이 입고 등장하는 국가의 얼굴이 됐다.
개최국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을 맞이하는 이탈리아의 선택은 절제였다. 흰색 바탕 위에 국기에서 가져온 빨강과 초록을 조심스럽게 얹었다. 과장된 장식 대신 오래 바라보게 만드는 균형이 돋보인다.
이번 단복에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마지막 시간이 담겼다.
자신이 성장한 밀라노에서 올림픽이 열린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생전까지 제작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이를 두고 “이탈리아가 올림픽을 맞이하는 가장 이탈리아다운 방식”이라고 평했다.
미국은 익숙함을 선택했다. 미국 선수단 단복을 맡은 랄프 로렌은 성조기 색과 클래식한 실루엣을 전면에 내세웠다.
새로움보다는 스스로가 기준이라는 태도가 읽힌다. 로이터통신은 “유행을 좇지 않는 선택 자체가 미국식 자신감”이라고 분석했다.
캐나다의 단복은 움직임에서 출발한다.
요가복 브랜드로 성장한 룰루레몬이 제작한 단복은 활동성과 착용감을 최우선에 둔다.
빨간 단풍잎이라는 분명한 상징을 품고 있지만, 무엇보다 몸의 리듬을 방해하지 않는 옷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캐나다 언론은 이를 “보여주기보다 함께 움직이기 위한 단복”이라고 표현했다.
올림픽 단복이 하나의 서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는 몽골이다.
몽골 대표팀은 이번에도 전통 문양과 자수를 통해 자신들의 역사를 옷에 새겼다.
몽골 제국의 기억에서 출발한 디자인은 단복이라기보다 의례복에 가깝다.
제작을 맡은 캐시미어 브랜드 고욜은 소재와 수공의 힘으로 화려함보다 깊이를 택했다. 프랑스 언론은 “몽골의 단복은 메달 수와 무관하게 늘 가장 오래 기억된다”고 전했다.
의외의 조합도 있다. 동계올림픽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브라질은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몽클레르를 선택했다.
외신들은 이를 두고 “낯선 계절 앞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옷을 고른 결정”이라고 해석했다. 국가 정체성보다는 겨울이라는 환경에 대한 현실적인 선택이 읽힌다.
한국 선수단의 단복은 말수가 적다. 흰색 바탕 위에 태극의 빨강과 파랑이 선으로 표현됐다.
멀리서 보면 담백하고, 가까이서 보면 상징이 드러난다. 제작은 노스페이스가 맡았다.
기능성을 중심에 두되, 상징은 과하지 않게 남겼다는 평가다. 일본 언론은 “한국의 단복은 조용하지만 의도가 분명하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이번 동계올림픽을 두고 “단복은 개회식의 장식이 아니라, 각 나라가 세계에 건네는 첫 문장”이라고 말한다.
선수들은 경기 전에 이미 국가를 입고 등장하고, 그 옷은 기록보다 오래 사람들의 기억 속을 걷는다.
밀라노의 겨울, 이번 올림픽은 설원 위의 승부만큼이나 옷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도 깊게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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