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고’ 가리고 ‘신상품’으로 팔았나… “K-패션 자존심”에 금 간 신뢰
우영미(WOOYOUNGMI)를 둘러싼 논란이 단순한 '디자인 변경' 수준을 넘어 소비자 기만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핵심은 같은 해 상·하반기 상품으로 판매된 두 후드 티셔츠다. 우영미는 지난해 하반기 '블랙 플라워 패치 후드 티셔츠’(정가 52만 원)를 출시했는데, 이 제품이 같은 해 상반기 출시된 '블랙 야자수 후드 티셔츠’(정가 50만 원대)를 사실상 재가공한 뒤 별도의 고지 없이 판매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제 제기는 “유사하다”는 수준이 아니다. 보도된 제작 방식은 구체적이다.
상반기 상품 앞판의 작은 야자수 프린트를 흰색 꽃 자수(패치)로 덮어 가린 뒤, 무늬가 없는 다른 티셔츠 뒷판과 봉제해 하반기 상품으로 내놨다는 것이다. 티셔츠는 통상 앞판·뒤판·소매를 각각 새로 재단해 옆선·어깨선·암홀 등을 봉제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그런데 이번 사례는 기존 앞판을 ‘가린 뒤 재조합’형태로 읽히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새 옷을 샀다”는 전제가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됐다.
논란을 확 키운 건 발견 과정이다. 보도에 따르면 구매자들은 “설명으로 알게 된 게 아니라, 우연히 들춰져서 알게 됐다”고 말한다.
해당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반려동물이 자수를 긁는 과정에서 자수 안쪽에 있던 기존 프린트를 보게 됐다고 했다.
그는 “앞뒷면 소재가 미묘하게 다른 것 같았지만 기분 탓이라 생각했다”며 “고급 브랜드에서 묵은 제품을 새 제품으로 둔갑시켜 판매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이 후드티를 선물 받은 또 다른 소비자는 수선집을 찾았다가 “자수 안에 다른 프린트가 있다”는 말을 듣고서야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고급 디자이너 브랜드라 믿었는데, 고지도 없이 예전 옷을 새 옷처럼 둔갑시켰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는 것이다.
우영미 측은 이에 대해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과정”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상반기 원단을 기반으로 추가 가공과 재디자인을 거친 새 상품 라인을 하반기에 선보였고, 이는 탄소중립·순환경제 정책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제작 공정상 새로운 상품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별도의 고지 의무는 없다고 봤지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소비자들이 혼란이나 아쉬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했고 향후 안내 기준을 더 명확히 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러나 소비자 반응은 정반대다. “지속가능성이면 왜 처음부터 말하지 않았나”가 핵심이다. 커뮤니티에서는 “업사이클링이었으면 자랑했어야지 왜 숨겼냐”, “신상품 가격을 받을 명분이 없다”, “이건 택갈이보다 더 심하다”는 말이 쏟아졌다.
단순히 라벨을 바꿨다는 차원을 넘어, 기존 흔적을 가려 소비자가 끝까지 알 수 없게 만든 뒤 판매한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우롱당했다”는 감정이 겹친다.

이번 사안이 더 치명적인 이유는, 이 논란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패션 커뮤니티와 SNS, 쓰레드 등에서는 이전부터 우영미의 품질·내구성·AS를 둘러싼 불만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세탁 한 번에 프린팅이 갈라진다”, “전문 세탁을 맡겨도 소재가 줄거나 프린트가 떨어진다”, “가격은 명품인데 마감과 내구성이 못 따라온다”, “CS가 느리고 결국 소비자 책임으로 돌린다” 같은 말들이 꾸준히 등장해 왔다.
일부 의류 생산자·디자이너 경험자들은 “단독 기계 세탁 1회에 프린트가 벗겨지는 건 품질 탈락 수준”이라며 “도매 제품에서도 보기 힘든 현상”이라고까지 평가했다.

결국 이번 논란은 한 제품의 해프닝이 아니다.
우영미는 2002년 파리에서 출범해 파리 컬렉션을 통해 성장했고, 전 세계 80여 개 글로벌 매장을 운영하는 ‘K-패션 대표주자’로 불려 왔다.
하지만 그 국제적 위상과 달리, 국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설명 없는 재가공, 누적된 품질 불만, 미온적 대응으로 요약된다.
그래서 커뮤니티에서는 “K-패션이 세계로 간다면서, 정작 안에서는 소비자를 이렇게 대하냐”는 말까지 나온다. 국제 무대에서 ‘K-패션’을 말할수록, 내부에서의 투명성과 신뢰는 더 엄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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