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년 밀가루 담합 심의 한복판 시상 논란…“ESG 취지 퇴색” 비판
밀가루 가격 담합 사건으로 제분업계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의를 앞둔 가운데, 같은 사안을 두고 산업 협회들의 대응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ESG 시상의 적절성을 둘러싼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식품업계 단체인 한국식품산업협회(회장 박진선) 는 최근 서울 롯데호텔에서 ‘2026년도 정기총회’를 열고 ‘식품산업 공급망 ESG 경영 대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대한제분은 ESG 최우수상을 수상했다고 홍보했다.
협회는 ESG 경영을 통해 공급망 관리와 식품산업 발전에 기여한 기업을 평가해 수상 기업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총회에서는 협회 상근부회장으로 정용익 전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소비안전국장이 선출됐다.
또 협회 임원진도 새로 구성됐다. 비상근 부회장에는 조용철 농심 대표, 임정배 대상 대표, 김광수 동서식품 대표 등이 재선임됐으며, 김상훈 사조대림 대표, 김동찬 삼양식품 대표, 오덕근 서울에프앤비 대표 등이 비상근 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한국식품산업협회는 1969년 설립된 국내 식품업계 대표 산업단체로, 식품 산업 정책 대응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협회에는 국내 주요 식품기업과 식품 원료·가공식품 업체 등 200여 개 회원사가 참여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제분을 포함해 CJ제일제당 삼양사 사조동아원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등 제분업체 7곳이 2019년부터 약 6년 동안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서 밀가루 가격과 판매 물량을 사전에 합의한 혐의를 심의하고 있다.
담합이 인정될 경우 관련 매출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으며 업계에서는 1조 원대 과징금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한제분은 현재 밀가루 가격 담합 사건의 핵심 기업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
이와 함께 1200억원 규모 세금 탈루 의혹으로 국세청 세무조사도 받고 있으며,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소액주주들이 자사주 매입과 액면분할 등을 요구하며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ESG 경영에서 핵심 요소 중 하나는 지배구조(Governance)다 .여기에는 공정 경쟁과 시장 질서 준수, 기업 윤리 등이 포함된다. 이 때문에 가격 담합 의혹으로 조사받는 기업에 ESG 최고상을 수여한 것은 ESG의 핵심 가치와 충돌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분업계 협회는 정반대의 대응을 내놓았다.
제분업계 단체인 한국제분협회는 최근 정기총회를 열고 밀가루 가격 담합 사태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제분회사 대표 전원이 협회 이사회에서 물러나 자숙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같은 담합 사안을 두고 협회들의 대응은 대조적이었다. 제분업계 협회는 담합 책임을 이유로 이사회 전원 사퇴라는 선택을 했지만, 식품산업협회에서는 담합 심의를 받고 있는 기업이 ESG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관련 식품기업 대표들이 협회 임원으로 선출되는 장면이 동시에 연출됐다.
본지는 이와 관련해 협회 상근부회장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출신 인사가 선출된 것과 관련해 공공기관 출신 인사가 식품업계 단체 임원으로 이동하는 구조가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점, 그리고 대한제분이 ESG 최우수상을 받은 평가 기준과 심사 절차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대해 한국식품산업협회 측은 “상근 부회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 퇴임 이후 상당 기간이 지난 뒤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선출된 인사이며, 협회 임원진에 참여한 기업들도 최근 새롭게 구성된 것이 아니라 기존부터 협회 활동에 참여해 온 기업들”이라고 설명했다. ESG 시상 선별 기준은 절차에 따라 선정됐다는 원론적 답변을 하였다.
업계에서는 담합 사태가 공정거래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기업이 ESG 최우수상을 받은 배경과 평가 기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산업단체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ESG 시상을 진행하는 구조와 평가 기준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담합 심의가 진행 중인 기업이 ESG 최우수상을 받은 이번 사례가 ESG의 취지와 맞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결국 독자들의 몫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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