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을 뒤흔든 '레고랜드 사태'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강원도의 지급보증 철회 결정에 '이제 지자체도 못 믿는다'는 불신이 채권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레고랜드 사태'는 물가상승과 기준금리 인상 등 경기침체로 압박받고 있는 지방 공기업에게 더 치명타를 날렸다. 채권 발행이 유출되는 등 돈줄이 마르면서 대규모 사업을 앞두고 있는 공기업들은 '돈맥경화'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최근 강원중도개발공사 부도로 인해 우량 공기업이 발행한 채권마저 유찰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채권 발행이 원활치 않자 자금이 제대로 흐르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추진 중인 대규모 개발 사업은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해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27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인천도시공사는 최근 500억원 규모로 3년물 공사채를 발행하려고 했으나, 투자자를 찾지 못해 포기했다. 인천도시공사 채권 신용등급은 'AAA'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AA+'로 우량 공사채이지만, 목표액인 500억원 중 5분의 1 수준인 100억여원만 들어왔다.
인천도시공사는 최근 불거진 레고랜드 사태가 공사채 유찰에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의 개발을 맡았던 강원중도개발공사는 2050억원 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를 갚지 못하고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부도가 난 것이다. 강원도가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발행했던 기업어음에 대한 지급보증 철회 의사를 밝히면서 국내 채권시장은 급속도로 냉각됐다.
강원도와 같은 광역자치단체가 정치적인 이유로 갑작스레 지급보증을 못하겠다고 선언한 탓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공기업의 채권시장도 불안해졌다는 분석이다.
인천도시공사에 이어 경기도 과천도시공사 역시 3기 신도시 사업 중 하나인 과천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을 위해 최근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으나, 이중 400억원은 유찰됐다. 과천도시공사에서 발행한 회사채가 유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전쟁 장기화로 인해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기준 금리 인상 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공기업들은 이번 레고랜드 사태로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의 부메랑은 다시 강원도를 직격했다.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사업'으로 극심한 경영난에 빠져 있던 강원도개발공사(GDC)는 최근 자산 매각을 통해 자구책 마련에 돌입했다. 강원도개발공사는 1조6325억원을 투입했지만 분양 실패 등으로 1조189억원을 고스란히 빚으로 떠안았다. 최근 공개입찰을 통해 KH강원개발에 7115억원에 리조트를 매각했지만, 지난달 기준 공사 부채는 6784억원, 부채비율은 600%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부산관광공사와 울산도시공사 등 적자 공기업들도 레고랜드 사태의 후폭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가 불러온 공공기관 신뢰도 하락이 금리 급등과 맞물리면서 지자체와 공기업이 추진하는 대규모 개발사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춘천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지난 26일 "레고랜드 사태로 동춘천산업단지 개발 사업이 보증 채무의 3배를 넘는 수준의 이자 부담을 요구받게 됐다"며 김진태 강원지사를 맹비난했다.
춘천시는 2010년 동춘천산업단지 개발을 위해 봉명테크노밸리를 설립했고, 545억원의 보증 채무가 발생했다. 순차적으로 채무를 갚아 현재 162억원이 남아있는 상태다. 하지만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지자체 채무 보증에 대한 신용이 하락하면서 공교롭게도 춘천시가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최근까지 5.69% 금리였는데 상환일을 내년 1월까지 3개월 연장하면서 두 배 이상 높은 13%의 금리로 투자증권과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 경제자유구역청의 평택 현덕지구 개발사업도 10년째 표류 중인데 최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감정평가 및 보상 협의 절차 개시 의무 미이행'을 이유로 취소됐다.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리가 인상되면서 새로운 민간사업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채권발행을 포기한 인천도시공사는 고금리 기조 속에 금융부채를 줄이려는 자구책 계획이 나오면서 검암역세권 개발과 3기 신도시인 계양테크노밸리 건설 사업 등 대규모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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