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 유통 공세 속 창원 마산점, 연 7억 임대료 부담에 존폐 기로
온라인 유통업체의 급성장으로 오프라인 유통 전반이 위기를 겪는 가운데, 공공성을 앞세워 지역 유통의 한 축을 맡아온 농협 하나로마트마저 흔들리고 있다.
경남 창원에서는 하나로마트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자치단체에 임대료 인하를 요청하는 상황까지 벌어지며, 공공 유통 모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남 창원시 마산권역에 위치한 한 농협 하나로마트는 지난해 말부터 매장 내에서 고객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이면 창원시와의 건물 임대계약이 종료되는데, 높은 임대료 부담으로 영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 불확실해지자 고객들에게 도움을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매장 안내 방송을 통해 직원들은 “서명운동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고, 오랜 기간 이곳을 이용해 온 단골 고객들 역시 매장 존속을 바란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인근에 대체할 대형 유통시설이 많지 않은 데다, 신선 농산물과 생활필수품을 한 번에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질 경우 불편이 크기 때문이다.
이 매장이 처한 가장 큰 부담은 비용 구조다. 창원시에 지급하는 연간 시설 임대료는 약 7억 원에 달한다.
온라인 쇼핑 확산으로 매출이 꾸준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 같은 고정비는 치명적이다. 하나로마트 측은 임대료 인하나 조건 조정을 요청했지만, 지자체는 법적 한계를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창원시 관계자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과 시행령을 검토한 결과, 임의적으로 임대료를 조정하기는 어렵다”며 “공공 자산은 특정 기관의 경영 사정을 이유로 예외를 두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위기는 특정 매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농협중앙회 소속 하나로마트 전반의 경영 지표를 보면 구조적 한계가 분명히 드러난다.
전국 60여 곳의 중앙회 직영 하나로마트 가운데 적자 매장 비율은 2020년 22%에서 2023년 46%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57%까지 치솟았다. 불과 4년 만에 적자 매장이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경남 지역 역시 상황은 비슷해, 중앙회 직영 하나로마트 6곳 중 4곳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하나로마트는 일반 대형마트와 달리 농산물 판로 확대, 지역 농가 보호, 물가 안정이라는 공공적 기능을 함께 수행해 왔다. 그러나 온라인 유통업체들과 동일한 경쟁 환경에서 가격·배송·편의성 경쟁을 벌이도록 방치될 경우, 수익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유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유통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공공 유통을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는 제자리에 머물렀다”며 “임대료 산정 방식이나 지원 근거를 포함한 구조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나로마트가 문을 닫을 경우 파장은 지역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 농산물 소비 창구가 줄어들고, 고령층과 취약계층의 생활 접근성은 악화될 수 있다. 인근 상권의 공동화 역시 불가피하다.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된 시대이지만, 모든 소비가 비대면으로 대체될 수 없는 만큼 지역 거점 유통시설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유통의 질주 속에서 하나로마트의 위기는 한 매장의 존폐를 넘어, 공공 유통을 어떻게 유지하고 보완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창원 마산점의 사례는 전국 곳곳의 하나로마트가 곧 마주할 미래일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개별 매장의 버팀목을 넘어, 공공성과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려한 유통 정책 전반의 재설계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BEST 뉴스
-
[단독] ‘일광 노르웨이숲 오션포레’ “최고급 단지라더니 하수단지?”
부산 기장군 일광읍에서 유림종합건설이 시행한 신축 아파트 ‘일광 노르웨이숲 오션포레’를 둘러싼 하수처리시설 논란이 시간이 흐를수록 단순한 분양자의 개별 불만을 넘어서는 국면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일광 노르웨이숲 오션포레 누리집 ... -
호카 국내 총판 조이윅스 조대표… 폐건물로 불러 하청업체에 ‘무차별 폭행’
유명 러닝화 브랜드 호카의 국내 총판 대표 조모씨가 하청업체 관계자들을 서울 성수동의 폐건물로 불러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상황이 담긴 녹취와 피해자 진술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지 출처=SNS 갈무리 ... -
유동성 압박 상황에… 바이오에 1조 쏟는 롯데그룹
롯데그룹이 최근 수년간 이어진 실적 둔화와 유동성 부담 논란 속에서도 바이오 사업에 누적 1조원 이상을 투입하며 정면 돌파에 나서고 있다. 롯데 바이로직스 송도 캠퍼스 (사진 출처 =롯데 바이로직스 누리집)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최근 277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 -
[단독] 얼굴에도 발랐던 존슨앤드존슨 파우더…암 유발 인정, 970억 배상
미국 배심원단이 존슨앤드존슨 베이비파우더 사용으로 암이 발생했다는 피해 주장을 받아들여 거액의 배상 평결을 내렸다. 존슨앤존스 탈크 파우다 (사진출처=로이터 ) 미국 미네소타주 배심원단은 2025년 12월 19일(현지시간), 어린 시... -
[단독] 예고도 없이 막힌 스타얼라이언스 항공권 발권…아시아나항공에 비난 폭주
스타얼라이언스 [아시아나 제공. 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로 예매가 가능했던 스타얼라이언스 항공편 예매가 불가능한 상황이 터졌다. 대한항공과 합병을 앞두고 있어서다. 아시아나항공 고객들은 사전 고지도 없이 갑자기 마일리지 사용을 막았다며 불만을 터... -
삼환기업 시공 현장서 크레인 전도 사망…잠실대교 공사 참사
서울 송파구 잠실대교 공사 현장에서 차량 크레인이 전도되며 60대 작업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18일 소방 당국과 송파구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20분쯤 서울 송파구 잠실대교 남단 나들목(I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