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간 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강남 4구의 22개 동과 마포·용산·성동구을 합쳐 부르는 마용성의 4개 동, 영등포 여의도동 등이 분양가 상한제의 적용 지역이다. 4년 만에 부활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에 따라 핀셋규제를 당하는 지역에는 엄격한 분양가 규제가 생겼다.
분양가 상한제는 규제 자체다. 정부는 부동산값을 규제로 잡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수요와 공급의 경제학 원리보다는 법과 규제로 부동산과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목표가 뚜렷해졌다.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아파트를 분양할 때 땅값과 건축비를 더해 분양가의 상한을 정하고 그 이하로 분양해야하는 방식이다. 인근 지역의 부동산 가격에 비해 낮은 분양가가 책정이 될 때 로또 분양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전매제한과 실거주 요건도 뒤따른다.
이번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카드로 부동산가격을 잡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가 시행한 부동산 정책이 의도와 목표와는 달리 오히려 아파트 값을 올리는 역효과만 낳았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 자체가 오히려 집값이 오를 수 있는 지역이라고 말해준 셈이다.
이미 지난 7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국회에서 민간아파트 상한제 도입에 대해 운을 띄웠다. 아파트값 상승을 이끈 강남 4구의 재건축·재개발 지역이 동 단위로 지정됐고,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하려고 일부러 후분양을 추진하려던 곳들도 대부분 들어갔다. 과거 노무현 정부의 '버블세븐' 특별관리와 비슷하다. 하지만,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일시적인 효과에 그치고 그 덕분에 버블세븐 지역은 살기 좋은 동네, 집값 비싼 동네가 돼 버렸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를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편법 증여를 감시하고 자금 출처를 살피겠다고 엄포를 놨다. 역설적으로 정부가 규제 카드를 꺼내들 때마다 한시적인 효과는 있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부동산 시장이 요동쳤다.
부동산 정책은 국민의 주거 생활 안정에 뿌리를 둬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수술할 때마다 부작용이 뒤따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생필품처럼 가격이 안정되어야 한다.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예측 가능해야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이 예측 불가능한 상태가 돼서 집값이 폭등하면 무주택자는 상대적 박탈감에 빠지고, 집값이 폭락하면 실거주자 역시 걱정과 우려 속에 지내야 한다.
그래서 부동산 시장의 안정은 그 어떤 실물 경제의 정책보다 중요할 수 있다. 분양가 상한제 같은 핀셋 규제가 부동산 시장의 지병을 낫게 해 줄 수 있는 처방이 되길 희망한다. 하지만, 과거의 경우 그렇지 못했던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 수술하고 처방대로 했는데도 또 다시 부동산 시장이 흔들린다면 폭등하는 집값 앞에 무주택자와 청년층의 박탈감도 올라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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