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내부 심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음에도 금품을 대가로 지점 입점을 밀어붙인 IBK기업은행 전직 고위 임원이 결국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금융기관의 핵심 의사결정이 개인의 사익에 의해 왜곡된 전형적인 권한 남용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IBK기업은행 전 부행장 A씨를 부정처사후수뢰 및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A씨는 재직 당시 부동산 시행업자로부터 금품을 받고, 은행 내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특정 건물에 기업은행 지점을 입점시키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가 된 지점은 인천 소재 공단 내 신축 건물이다. 해당 지점 입점과 관련해 기업은행 내부 실무진과 관련 위원회는 이미 입지 과밀, 수익성 부족, 전략 부적합 등의 이유로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A씨는 이러한 내부 검토 결과를 사실상 무시하고, 지점 입점을 최종적으로 밀어붙인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그 대가로 A씨는 기업은행 직원 출신 부동산 시행업자 B씨로부터 수천만 원에서 1억 원대에 이르는 금품과 각종 편의 제공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고가의 인테리어 비용 대납과 골프·식사 접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해당 금품이 단순한 친분 차원의 접대를 넘어, 직무상 영향력을 행사한 명백한 대가라고 보고 있다.
시행업자 B씨는 기업은행 출신 인사로, 문제의 공단 신축 건물을 개발·분양한 부동산 시행업자다. 다만 시행사 법인명과 개인 실명은 수사 및 재판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B씨 역시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이번 사건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은행의 공식 의사결정 구조가 고위 임원 한 사람의 판단으로 뒤집혔다는 점이다. 지점 신설·입점은 지역 금융 질서, 대출 영업, 부동산 가치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내부 통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단발성 비위로 보지 않고, 금융권과 부동산 개발 사업 사이의 구조적 유착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B씨는 과거 수백억 원대 부당대출 사건과도 연관돼 이미 구속기소된 전력이 있는 인물로, 기업은행 전·현직 직원 다수가 연루된 별도 사건 재판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금융권 내부에서는 “지점 입점 하나로 대출, 거래 관계, 지역 상권이 모두 바뀐다”며 “이런 사안이 임원 개인의 재량과 뒷거래에 좌우됐다면 내부통제 시스템이 사실상 무력화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구속기소를 계기로 기업은행을 포함한 금융권 전반의 지점 신설·입점 절차, 임원 권한 통제, 이해충돌 관리 시스템에 대한 전면 재점검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내부 심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고도 결과가 뒤집히는 구조가 유지된다면,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 회복은 요원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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