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연구를 통하여 고래 유전자 2만605개가 확인됐는데, 특히 산소가 부족하고 염분이 많은 바다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유전자가 발달하였으며 유전적으로 바다에서 불필요한 감각기관이 퇴행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 공동저자로 참여한 건국대 동물생명공학과 박찬규(사진) 교수는 고래가 냄새를 인지하는 후각유전자 분석을 수행하였으며 소와 돼지와 뿌리가 같은 고래의 경우 해양에 서식하는 환경적 특이성으로 인하여 가까운 진화적 상관관계를 가지는 소와 돼지에 비하여 후각유전자가 매우 퇴화된 상태로 환경에 적응하였음을 규명하였다.
이번 연구는 해양수산부의 지원으로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테라젠이텍스바이오연구소가 주저자로 참여하였으며 연구결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제네틱스’ 25일자 온라인 판에 개제되었다.
박찬규 교수는 2013년 12월 네이처지에 발표된 돼지 게놈 분석 국제 공동 연구에도 참여한 바 있다.
고래는 지구 생물 중에서 가장 큰 포유류로 약 6,000만 년 전 육지에서 바다로 서식지를 옮겨 진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염고래와 이빨고래로 구별되며, 밍크고래는 수염고래 중 개체수가 가장 많은 종이다.
연구진은 생물체의 유전 정보를 구성하는 DNA 염기서열 정보를 값싸고 빠르게 분석하는 ‘차세대 시퀀싱(NGS·Next Generation sequencing)’기술을 활용해 동해에서 잡힌 밍크 고래의 근육에서 채취한 DNA의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유전적 다양성을 보기 위해 밍크고래와 함께 긴수염고래와 병코 돌고래, 상괭이의 유전체도 함께 해독했다.
유전체 분석에 따르면 소와 돼지와 뿌리가 같은 고래는 유전적으로 바다에서 불필요한 감각기관이 퇴행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밍크고래가 다른 해양생물에 비해 ‘퍼옥시리독신’과 ‘오린크드 엔아세틸글루코사민 트랜스퍼레이즈’ 같은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단백질이 많고 장시간 잠수를 할 때 축적되는 젖산을 조절하는 유전자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밍크고래가 장시간 물속에서 숨을 참은채 머물면서 갖게 된 특성인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진은 또 밍크고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유전적 측면에서 사람과 매우 가깝다는 점도 알아냈다.
이번 연구에는 미국과 중국 등 생물유전체 연구에 앞선 국가들이 고래의 유전체 해독을 진행하고 있는 시점에서 먼저 거둔 성과라 더 의미가 깊다. 고래의 경우 영국 리버풀대가 북극고래를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가 혹등고래의 염기서열 해독에 나섰지만 국내 연구진의 발표가 한발 앞섰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바다에서 적응해 온 고래의 독특한 생리 현상을 이해하면 저산소증, 심혈관질환과 같은 인간 질병 연구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래는 어류와 달리 아가미가 없고 호흡하지 않고 최대 1시간 이상 머무는 독특한 성질이 있는만큼 산소 결핍에 적응하는 이런 고래의 유전자적 특성은 뇌졸중, 심장마비에 영향을 미치는 저산소증 치료제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또 멸종 위기에 처한 고래의 보호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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