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DB하이텍(000990)이 자기주식 기반 사모 교환사채(EB) 발행을 검토 중이다.

지난 8월 28일 IB발 보도는 규모 약 1,094억 원, 자기주식 222만 주 교환대상, 만기 5년·표면 0%·할증 110% 등의 비교적 구체적 조건을 전했다.
다만 회사는 같은 날 KIND 공시로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 없다”며 1개월 내 재공시를 예고했다.
즉, 시장 정보는 구체화됐지만 법적·공식으론 미확정 상태다. DB하이텍은 반기보고서·지분공시 기준 자기주식 약 415만~416만 주를 들고 있다(6월 27일 기준 4,150,986주).
외부 보도대로라면 교환대상 222만 주는 보유 자기주식의 약 절반이다. 이는 신주 발행이 아닌 자기주식 교환이어서 표면상 희석은 제한적이라는 장점이 있으나, 장래 소각 가능분 축소 등 주주환원 파이 축소 우려를 낳는다.
DB하이텍은 그간 분기배당·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강화를 요구받아 왔다. 지난 3월에는 경제개혁연대와 액트 플랫폼을 통해 모인 소액주주들이 이사들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2024년에는 의결권 가처분, 비공시 특수관계 추정 문제 제기 등도 이어졌다.
이번 EB 이슈는 ‘자사주=환원재원’을 기대하던 주주들에겐 정책 일관성과 설명 책임을 다시 묻는 방아쇠가 됐다.
최근 DB그룹은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지주 격 DB Inc. 지분 구도(김남호 16.83%, 김준기 15.91%, 김주원 9.87%), 부자 갈등설(그룹 측 부인) 등 거버넌스 이슈가 수면 위로 올랐다.
갈등 보도 자체는 존재하지만, 회사·그룹은 공식적으로 분쟁을 부인한다. 다만 최상단 지분 균형이 근접해 있는 상황에서 현금창출원인 하이텍의 재무 정책 변화는 거버넌스 게임의 변수로 해석될 소지는 있다.
직접 인과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정치와 재무 사이의 상호작용은 국내 지배구조 사례에서 반복돼 온 패턴이다.
국내에선 자기주식 활용에 대한 규율 강화 논의가 진행돼 왔다. 자기주식 기반 EB는 신주발행 대비 희석을 낮추면서도 자금조달이 가능한 수단으로, 제도 변화 전에 자사주를 ‘가치화’하려는 수요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DB하이텍만의 선택이 아니라 최근 다수 기업이 검토·발행하는 트렌드라는 점에서, 이번 건은 산업·정책 지형 변화의 일부로 읽힌다.
확정된 사실은 EB ‘검토’ 공시와 재공시 예고, 자기주식 보유량이다. 신뢰할 보도는 규모·구조 등 구체 조건이지만 회사는 미확정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쟁점은 주주환원과 자금조달의 균형, 설명 책임, 장래 소각 여력 축소 우려다. 그룹 연계 측면에서는 부자 갈등설 보도는 있으나 그룹은 부인한다. 직결 증거는 없지만 지배와 재무의 상호작용 관점에서 변수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자금조달 수단을 넘어,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신뢰, DB그룹 내부 지배구조, 국내 기업 제도의 과제를 함께 비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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