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CTV 폭행 영상 확인…주먹으로 맞고 의식잃은 피해자 머리 발로차
- ‘중대재해처벌법’ 비껴간 의혹, 유족엔 침묵하다 언론 나오자 급히 합의
- 국정감사장에선 “회사와 무관” 거짓 해명…업계 안팎서 분노 확산
지난 2022년 12월 포스코이앤씨의 공사현장에서 벌어진 폭행 사망 사건이 재조명되며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최근 잇따른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가 5일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조용히 묻혔던 ‘감리단 공무팀장 폭행치사 사건’은 단순한 사고가 아닌 예고된 비극이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건은 2022년 12월 26일, 경기도 평택 청북 공사 현장 부근에서 발생했다. 공기 지연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오던 감리단 A부장(당시 44세·S 건축사무소 소속)은 포스코이앤씨 건축팀장 B 씨에게 폭행을 당했다. 최근 본지가 입수한 당시 CCTV 영상에는 B팀장이 A 부장을 일방적으로 폭행하고, 의식을 잃은 피해자의 머리를 발로 걷어차는 등 충격적인 장면까지 담겨 있다.
이 사건으로 A 부장은 2023년 1월 11일, 서울아산병원에서 끝내 사망했다.
“문제 제기한 감리단 직원, 결국 죽음으로 입막음당해”
사건의 시작은 같은 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매주 열리던 ‘주간공정회의’에서 감리단 측 A부장은 반복되는 공사 지연을 지적했다. 이에 불쾌감을 드러낸 B 팀장은 회의 도중 A 부장을 향해 폭행을 시도했고, 이는 주변 관계자들의 만류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두 달 뒤, 양사 간 화해를 위해 마련된 회식 자리에서 비극이 터졌다. 포스코이앤씨의 B 팀장은 감리단 A 부장을 따로 불러낸 뒤 외부에서 폭행했고, A 부장은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었다. 이후 3주간 의식불명 상태로 지내다 결국 세상을 떠났다.
사건 은폐 의혹…사망 전까지 '쉬쉬'
폭행 사건 이후 포스코이앤씨는 약 3주간 이 사안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사건을 인지하고도 조직 차원의 진상 조사나 대외 보고는 없었다. 유족에 대한 사과나 보상조차 없었다.
그러다 피해자가 사망하고,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자 포스코이앤씨는 서둘러 유족을 찾아갔다. “언론에 제보하지 않는 조건으로 합의하자”는 요청이 있었다고 유족 측은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사건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지 않고 넘어갔다. 명백한 폭행치사 사건이었지만, 법적 시스템은 포스코이앤씨의 높은 담장 앞에서 무력했다.
국정감사장에서는 “회사는 무관” 발뺌
2024년 10월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포스코이앤씨 전중선 당시 사장은 사건과 관련한 국민의힘 김희정 의원(부산 연제·3선)질의에 “회사 차원의 일이 아니다. 두 사람의 사적 문제다. 연말 송년회 자리에서 술에 취해 발생한 우발적 사고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본지가 확보한 CCTV 영상과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은 이 같은 해명이 명백한 거짓임을 뒷받침한다. 폭행은 회식장에서 떨어진 외부 공간에서 발생했고, ‘우발’이라 보기엔 사전에 갈등이 누적돼 있었다. 무엇보다 포스코이앤씨는 이미 유족과 공식 합의까지 마친 상황이었다. 개인적인 문제라면 회사가 피해자 측과 수억원 가량의 합의금을 지불할 이유가 없다.
이 폭행치사 사건은 포스코이앤씨의 폭력적 조직 문화와 도덕적 해이를 여실히 드러낸다는 비판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사건 이후 포스코이앤씨는 해당 프로젝트의 시행사를 자금력을 앞세워 사실상 장악한 것으로 전해진다. 감리단장 폭행치사에 이어, 지분 갈등과 추가공사비 책임 전가 논란까지 겹치며 “공사를 핑계로 사업까지 뺏었다”는 업계의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감리단 A부장의 억울한 죽음과, 이를 둘러싼 조직적 침묵, 거짓말, 언론 회피는 단순한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다. 이는 시스템을 악용해 책임을 회피하고, 약자를 누르고, 조직의 이익만을 좇은 대기업 구조 그 자체다.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의 사의 표명은 책임의 출발점일 뿐, 끝이 될 수 없다. 포스코이앤씨는 국민 앞에 지금이라도 진실을 고백하고, 기업 윤리를 바로세우는 데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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