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에서 6년 4개월 만에 다시 마주 앉았다.
글로벌 무역전쟁의 중심에 선 두 정상의 회담은 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가장 큰 ‘빅이벤트’로 꼽혔다.
이날 회담장은 이른 아침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정 시각보다 45분 일찍 도착해 시 주석을 기다리는 ‘의전 승부’를 택했다.
오전 9시 43분, 경주 숙소에서 전용 헬기 ‘마린원’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30분 만에 김해공항 상공에 도착했다. 오전 10시 14분 헬기가 착륙하자 그는 전용 리무진 ‘더 비스트(The Beast)’에 올라 곧장 회담장인 김해공항 나래마루 건물로 향했다.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장에 입장할 즈음인 오전 10시 48분에 전용기에서 내렸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도착하자 예포 21발이 발사됐다”며 “조현 외교부 장관 등 한국 고위 인사들의 환영을 받았다”고 전했다.
■ “오랜 친구지만… 당신은 강경한 협상가”
두 정상은 회담 전 공개 모두발언에서 서로를 ‘오랜 친구’라 부르며 덕담을 주고받았지만, 농담 속엔 팽팽한 기 싸움이 숨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기품 있고 존경받는 중국 주석과 함께해 영광”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의 손을 잡으며 “당신은 매우 강경한 협상가다… 그건 좋지 않다”고 웃으며 말해 회담장의 긴장을 잠시 누그러뜨렸다.
이에 시 주석은 “중국은 미국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으며, 미중은 친구가 돼야 한다”며 “중국의 발전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비전과 함께 간다”고 화답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전쟁 휴전 중재 역할을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평화에 진심이고, 여러 국제 현안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 ‘선공 트럼프’…사진 촬영도 먼저, 악수도 먼저
트럼프 대통령은 사진 촬영 때도 먼저 등장해 시 주석을 기다렸다. 오전 11시 8분, 양국 국기를 배경으로 한 촬영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손을 내밀며 시 주석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는 제스처를 보였다. 그는 붉은 넥타이, 시 주석은 회색빛이 도는 푸른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취재진이 “이번 회담에서 대만 문제가 논의되느냐”고 묻자 두 정상은 모두 말없이 회담장으로 이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감사하다”는 짧은 한마디만 남기고 걸음을 옮겼고, 시 주석도 손을 흔들며 회담장 안으로 들어섰다.
이번 회담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를 넘어, 글로벌 무역 질서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미국 제조업 회귀’ 전략과 시진핑 주석의 ‘중국 제조 2025’ 정책이 정면으로 맞서는 만큼, 양국의 셈법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양국 모두 웃었지만, 속내는 한 치 양보 없는 ‘경제·안보 협상전’이 될 것”이라며 “이번 부산 회담이 미·중 관계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6년 4개월 만의 재회. 덕담과 농담 속에 숨은 두 정상의 진짜 계산은, 이제 비공개 회담장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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