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유지 논리 앞세운 ‘노동자 혐오’ 논란 확산
서울 잠실 롯데백화점에서 보안요원이 노동조합 조끼를 입은 손님에게 “조끼를 벗어달라”고 요구한 영상이 공개되며, 대형 유통기업의 노동·인권 감수성을 둘러싼 논란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롯데백화점 측은 “보안요원의 과도한 판단일 뿐 회사 정책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노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사유지 논리를 앞세운 명백한 차별”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논란은 10일 저녁,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백화점 지하 식당가에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조합원 8명과 연대 시민 3명이 저녁 식사를 위해 매장을 찾으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쿠팡 사옥 앞 집회를 마친 뒤 금속노조 조끼와 ‘투쟁’ 머리띠가 달린 모자를 착용한 상태였다.
입구에서 보안요원은 “이런 복장으로는 출입할 수 없다”며 먼저 모자와 몸자보를 벗을 것을 요구했고, 조합원들이 모자만 벗은 채 식당으로 이동하자 2명의 보안요원이 다시 접근해 “조끼도 벗어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금속노조 조끼를 입은 조합원이 “노조 조끼 입은 게 무슨 문제냐”고 질문하자, 보안요원이 “공공장소에서 에티켓을 지켜야 한다”고 답하는 장면이 담겼다.
이어 조합원이 “노동자임을 드러낸다는 이유만으로 제재하는 것은 혐오”라고 지적하자 보안요원은 “여기는 사유지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5~10분가량 실랑이가 이어졌고, 일행 일부는 결국 식사도 하지 못한 채 자리를 떠야 했다고 호소했다.
영상을 촬영해 SNS에 올린 시민은 “포스터, 정치문구 옷은 괜찮고 노조 조끼만 문제라는 게 말이 되냐”며 “몸자보는 입구에서 벗으라 해 벗었는데, 식당에서 조끼까지 벗으라며 따라 들어왔다”고 지적했다.
해당 영상은 300만 회 이상 조회되며 온라인에서 급속히 확산됐다.
롯데백화점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 상징을 금지하는 내부 규정은 없으며, 보안요원이 다른 손님 불편을 우려해 과도하게 대응한 것”이라며 회사 차원의 지침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노동계 반응은 강경하다. 금속노조는 “노조 조끼를 이유로 이용을 제약한 것은 표현의 자유·평등권 침해이자 명백한 노동자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온라인에서도 “노동자를 상징하는 조끼만 문제 삼는 것이야말로 노동자 혐오”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단순한 복장 시비를 넘어선다.
백화점·대형 쇼핑몰처럼 사실상 공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공간에서 ‘어떤 표현이 허용되고 어떤 표현이 금지되는가’를 누가 판단하느냐는 문제다.
특정 정치·종교 문구가 적힌 옷, 브랜드 광고가 부착된 패딩, 화려한 로고가 새겨진 상품은 허용되지만, ‘노조’를 상징하는 조끼만 사유지 논리로 금지되는 모순이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지적하는 핵심이다.
일각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가능성도 언급된다. 인권위가 과거 복장·표현 제한에 대해 “과도한 규제는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판단한 사례가 있는 만큼, 이번 사건 역시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공간에서의 차별 여부가 논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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