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을 명분으로 추진된 정부의 ‘스마트상점 기술보급사업’이 도입 5년 만에 예산은 급등하고, 혜택은 특정 기업과 외국산 장비로 쏠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민 세금이 본래 취지와 달리 일부 업체의 ‘보조금 잔치’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2020년 처음 도입한 이 사업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이 추진하며, 매장 내 키오스크·테이블오더·서빙로봇 등 스마트 기기 도입비용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왔다. 첫해 100억 원에서 시작된 예산은 2021년 204억 원, 2022년 350억 원, 2023년 313억 원으로 급증했고, 올해는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해 375억 원에 이르렀다. 5년 새 4배 가까이 불어난 규모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 확대 속에 사업 운영은 부실 그 자체였다. 소진공은 매년 약 180개 공급업체를 등록하지만, 실질적인 수혜는 극소수에게 집중됐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상위 10개 기업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독식했다. 상위 10개사의 점유율은 2020년 56.6%, 2021년 70.6%, 2022년 52.9%, 2023년 62.7%, 올해도 50.4%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한 대기업이 전체 매출의 19%를 차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디지털 전환’ 명목으로 추진된 공공 지원금이 사실상 특정 업체의 판매 촉진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시장 가격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납품가도 문제다. 실제로 온라인에서 383만 원 수준에 판매되는 85인치 전자칠판이 이 사업을 통해 870만 원에 공급된 사례도 있었다. 보조금이 ‘뒷거래 마진’처럼 사용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국산 기술 지원’이라는 사업 취지와 달리, 상당수 제품이 중국·베트남 등 외국산 장비라는 점이다. 지난해 매출 상위 10개 기업 중 4곳이 수입업체였으며, 소상공인에게 납품된 기기 613개 중 28%인 172개가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산이었다. 그럼에도 소진공은 일부 제품의 제조국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비 보조로 외산 장비를 사들이며 국내 중소 제조업은 배제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반복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업 구조가 ‘공급자 중심’으로 설계돼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술공급기업으로 등록만 하면 단순 수입·판매업체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고, 공급가격에 대한 검증 체계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다. 소상공인이 실제로 기술을 얼마나 활용하고 매출 개선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사후평가도 부실하다.
구자근 의원은 “소상공인 스마트화를 내세웠지만, 현실은 일부 기업의 독식과 중국산 제품의 시장 잠식이었다”며 “급격히 늘어난 예산에 비해 관리·감독이 부실한 만큼 제도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마트상점 사업은 애초 ‘골목상권의 디지털 혁신’을 목표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세금으로 만든 특정기업 시장’이 되어가고 있다.
사업의 취지대로 진정한 ‘스마트 전환’이 이루어지려면 공급기업 구조 개편, 가격검증 강화, 국산 기술 우대 등 근본적인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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