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역사상 가장 극심한 수준의 지진을 겪어 왔다. 예를 들어, 심각했던 2008년 쓰촨 대지진에서는 6만9000명 이상이 사망했고, 1100만 명 이상이 집을 잃었으며 미화 200억달러 이상의 재산 손실이 발생했다.
쓰촨 지방은 지진 활동이 가장 활발한 지역에 속하며 지난해에도 118건의 지진이 보고됐다.
이런 환경은 한 연구진이 대지진처럼 죽음에 가까운 경험이 사람들의 소비 패턴에 영향을 미치는지 관심을 두게 된 배경이 됐다.
연구진은 생애 초반에 큰 지진을 경험한 사람들이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경험을 한 뒤 ‘현재를 살’ 가능성이 더 높다는 사실을 밝혔다.
홍콩중문대 경영대학교 결정 과학 및 관리 경제학과의 제이미 롄(Jaimie Lien) 조교수와 협력 연구진은 중국 대지진이 사람들의 소비 선호도에 미친 영향에 관심을 두게 됐다.
롄 교수는 인생을 바꾸는 경험이 인생관을 바꾸고 소비 우선순위를 바꿀 수 있을까.
사람들은 결혼했을 때, 아이가 생겼을 때, 은퇴할 때 종종 가치관과 라이프 스타일이 달라지고 결과적으로 지출 방식에도 영향을 받게 된다.
하지만 자연재해처럼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을 겪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의문을 품었다.
‘대지진 경험과 현재를 충족시키는 지출’이란 제목으로 발표된 이번 연구는 롄 교수와 함께 펑칭칭(Peng Qingqing) 충칭공상대 교수, 정지에(Zheng Jie) 칭화대 교수가 함께 수행했다.
연구진은 대지진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은 지진을 겪은 뒤 여행과 엔터테인먼트, 럭셔리 제품, 건강 상품에 더 많이 지출하고, 교육에는 덜 지출하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했다.
롄 교수는 “쓰촨 지방의 청두가 훌륭한 예로 이번 연구에 영감을 주는 원천이었다. 청두는 느긋한 라이프 스타일로 잘 알려진 도시이며 청두 시민들은 여유로운 걸음걸이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동시에 청두는 큰 지진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곤 하는 지역이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중국 전역에서 1920년부터 2008년 사이에 있었던 대지진을 조사하고 2002년부터 2009년 사이 도시 가계 지출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뒤 결론을 도출했다.
가장이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부터 지진 발생 지역에서 살고 있었던 가정과 대지진이 지나간 뒤 해당 지역에서 자리를 잡거나 출생한 가정의 소비 패턴을 비교한 것이다.
◇오늘을 위해 산다?
연구 결과, 지진을 겪은 가정과 겪지 않은 가정은 저축 습관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가계 지출 할당에서는 차이가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전체 가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비교했을 때 지진을 겪은 가족이 비디오 카메라, 컴퓨터 등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및 관련 제품에 0.3퍼센트포인트 더 지출했다.
또 이 가정은 여행이나 다른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에도 0.1퍼센트포인트를 더 지출했다.
추가로 대지진을 겪어본 쪽은 옷, 보석, 시계 등에 더 지출을 많이 해 전체 가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거의 0.5퍼센트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사지 의자나 홍삼, 로열젤리, 제비집 같은 중국 전통 보양 식품 등 건강 관련 제품에도 0.25퍼센트포인트 더 지출하기도 했다.
롄 교수는 “이 같은 종류의 건강식품은 디자이너 의류, 보석 등과 같이 사치스럽고 비싼 것으로 여겨지며 지위를 나타낸다. 사람들이 사치품을 구매하는 이유 중 하나는 현재의 기분이 나아지기 때문이다. 죽음에 가까운 경험을 한 뒤 지금 이 순간 살아있고 행복함을 느끼고 싶은 것은 사람의 본성일 뿐이며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이다”고 설명했다.
또 지진을 겪은 가정은 집 청소 서비스에도 더 많이 지출했다. 롄 교수와 공동 저자들은 이것도 지진을 겪은 뒤 자기 시간을 더 가치 있게 여기고 현재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더 집중하게 된 또 다른 사례라고 생각한다.
지진을 겪은 가정과 그렇지 않은 가정 사이의 또 다른 점은 교육에서도 나타났다.
대지진을 겪은 가정은 공공 기숙 학교와 같이 자녀가 집을 떠나 교육을 받는 것을 포함해 과외, 트레이닝 등 거의 모든 종류의 교육에 더 적게 지출했다.
구체적으로는 지진을 겪은 가족과 그렇지 않은 가족 사이에서 기숙 학교나 다른 지역 유학 등에 드는 학비 차이는 전체 가계 지출의 3%에 달했다.
자녀 교육비보다 현재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성인 교육비는 지진을 경험한 쪽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지출한 유일한 종류의 교육에 해당됐다.
롄 교수는 “교육은 미래에 대한 투자다. 미래를 위한 투자를 빌려와 현재에 소비하는 것은 지진을 겪은 가정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가정에 아마 장기적으로 이득이 되지 않을 것이다.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변화한 소비 습관이 장기적 관점에서는 잠재적으로 해로울 수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고 설명했다.
◇지진이 특별한 경험일까?
그동안 많은 경제학자와 마케팅 전문가가 장기적 이익에 따른 소비 습관을 조사하는 데 중점을 뒀던 반면, 이번 연구에서는 지진과 같이 통제할 수 없는 사건이 장기적 이익과 충돌할 수 있는 선택 등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는,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을 채택했다.
연구진은 후속 연구에서는 선진국에서 지진이 소비 선호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다른 인구통계학적 환경에서도 유사한 영향이 있는지, 다른 유형의 재해도 사람의 소비 패턴에 유사한 영향을 끼치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롄 교수는 “지진을 직접 겪는 것은 단순히 지진에 대해 아는 것과는 다르다. 이런 일을 개인적으로 경험한 사람들은 조만간 또 다른 재해가 일어날 것이라는 강력한 믿음이 생길 수 있다. 덕분에 그들은 지금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기고 오늘을 즐기게 된다. 후속 연구에서는 지진에만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 선택을 바꿔 놓을 특별한 점이 있는지, 아니면 통제할 수 없는 다른 종류의 사건도 비슷한 효과가 있는지 조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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